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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업성장의 원천이 근로자의 안전이 되기를...

 

【 청년일보 】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 SPL 공장에서 야간근무에 임하던 20대의 청년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A씨는 다른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공장내 설치된 배합기는 총 9대로, 이중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인터록(방호장치)이 설치된 기계는 2대에 불과했다.

 

A씨는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원청근로자로, 청년 가장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노동계는 또 다시 기업들의 무사안일한 안전 의식에 비난을 쏟아냈다.

 

더구나 사고 직후 사측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위에 올랐다. 사고가 발생한 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7일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후였다. 이에 사과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난에 또 다시 직면하게 됐다. 결국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통해 또 한번 고개를 숙여야했다.

 

SPC그룹 뿐만 아니라 국내 수 많은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근무 중 근로자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감안하면 SPL 공장에서의 사고는 특정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고 후 기업의 대처 능력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SPL의 경우 사고 직전에도 나쁜(?)징후를 보였다는 증언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동일 사업장에서 하청업체의 다른 직원이 기계에 손이 끼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다친 직원은 파견 근로자라는 이유로 의료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용균재단의 권미용 사무처장은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도 유사한 끼임 사고가 있었다"면서 "사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정을 염두에 두는 경영 방침이 확립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라며 "SPC의 경우 배합기가 가동되고 있을 때 사람이 빨려 들어갈 수 없도록 기본적으로 안전 장치가 돼 있어야 하나, 작업 효율 극대화하는데만 치중한 채 그것조차 없앴다"고 한탄했다.

 

기업의 성장과 이익 창출에는 필연적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헌신이 수반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기업 경영진들은 이들에게 정당한 보수와 안전한 근로환경을 보장해야 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 역시 당연한 이치다.

 

이는 지난 300여 년간 서구 사회가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를 거치며 공산주의에 맞서 자본주의 체제를 성숙시키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시장경제 체제 확립을 위해 지켜온 가장 기본적인 불문율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경영진들은 생산 현장에서 뛰고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조치를 강구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근로자의 안전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근로자의 안전한 업무환경 보장은 곧 노동자의 사고 예방은 물론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전 세계에 걸쳐 7천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종합식품기업이다.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던킨·베스킨라빈스 등 일반 소비자와 친숙한 여럿 프랜차이즈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SPC그룹은 일반 시민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깊숙히 스며든 기업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SPL 공장에서의 청년 근로자의 사망 사고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매우 아픈 상흔으로 남게 될 듯 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불매 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한 청년 근로자의 사망 사고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또 다른 직원들과 가맹점주들의 고통이 동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반응 보단 이성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현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되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더욱 견고한 대안을 마련하는게 합리적인 접근방식이다. 

 

요컨데, '미소짓는 입모양'을 상징한 SPC그룹의 CI가 일부의 미소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모든 생산현장과 본사 직원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가맹점주를 비롯해 일반 소비자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그려나가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SPC그룹은 창사 이래 강조해온 기업 철학인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되짚어보는 한편 더 이상의 소잃고 외양간 고칠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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