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1 (토)

  • 맑음동두천 -5.9℃
  • 맑음강릉 0.0℃
  • 맑음서울 -3.8℃
  • 맑음대전 -1.8℃
  • 맑음대구 -0.4℃
  • 맑음울산 0.2℃
  • 광주 1.1℃
  • 맑음부산 1.4℃
  • 흐림고창 1.9℃
  • 제주 5.6℃
  • 맑음강화 -4.2℃
  • 구름많음보은 -2.8℃
  • 맑음금산 -1.9℃
  • 흐림강진군 2.8℃
  • 맑음경주시 -0.1℃
  • 맑음거제 2.1℃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MG손보 勞 "메리츠화재 인수 반대"...이대로 묵살될 것인가

 

【 청년일보 】 매각을 앞둔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이하 MG손보 노조)이 메리츠화재로의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매각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지난달 16일 MG손보 재공고 입찰이 최종 유찰 처리됐다고 밝히면서, 이후 국가계약법에 의거해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7월 31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진행 된 MG손보 재공고 입찰에는 한국계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PEF JC플라워, 그리고 새로운 원매자로 등장한 메리츠화재가 참여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인수 후보로 전혀 거론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메리츠화재의 깜짝 등판은 MG손보 임직원으로부터 환영받지는 못했다. MG손보 노조는 지금까지 총 세 차례의 집회를 열며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에 극구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먼저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MG손보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반대한데 이어 같은달 20일에도 ‘MG손보 생존권 사수, 졸속매각 저지, 고용보장 촉구 조합원 총회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어 8월 30일에는 예보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불확실한 고용승계 우려와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재공고 입찰에 등장했을 때부터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점과 MG손보와의 자산규모 격차 등을 근거로 인수 의지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MG손보의 보험계약과 우량자산만 인수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예보에서 3차 입찰 재공고 유찰발표와 동시에 수의계약으로 전환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유력 인수 후보자로 떠오른 메리츠화재와 금융당국 간에 사전교감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머지 입찰 참여사인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도 P&A방식의 인수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MG손보 노조가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유독 반대하는 이유는 이들 사모펀드 두 곳은 보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만큼 현재 MG손보 인력의 50~70%는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메리츠화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이들의 우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취재 중 업계 관계자들로부터도 MG손보 노조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않았다. 

 

메리츠화재는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앞서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이사는 취임한 직후인 2015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으며, 지난 6월에는 만 3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MG손보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주관하는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법률적 근거에 따라 진행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물론 법적 절차는 준수되는 게 타당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 수밖에 없는지 되묻고 싶다. 집회 현장에서 MG손보 노조는 그동안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게 죄가 되는 사회, 기업 이익이 개인의 생존권보다 우선시 되는 사회라면 어느 노동자가 마음놓고 일을 할 수 있을까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 및 유관기관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되 약자의 호소를 외면하거나 후일 예기치 못한 후유증에 직면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