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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판과 미흡한 처신 그리고 50조+α

 

【 청년일보 】 "말 한 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흔히 쓰는 속담이다. 읽은 바와 같이 말 한마디가 천냥의 빚을 갚을 수도 있을 정도로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한 정치인의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그야말로 천냥을 갚긴 커녕 되레 '50조+α'란 부채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그야말로 한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파장은 컸다. 지금도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한바탕 요동을 쳤다. 그 파장은 일부 금융사와 건설사들의 부도설까지 이어져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채권 시장에서는 이른바 '돈맥경화(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는)' 현상까지 야기하는 등 그 충격은 적지않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9월 28일 강원도내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김진태 도지사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강원도가 GJC가 금융권에 진 빚 205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실제 강원도는 GJC가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050억원을 만기일에 상환하지 못해 지난달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보증하는 국채와 비할 바 없는 신용도인데 지방채가 이렇게 디폴트가 되면서 나머지 민간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있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급기야 자금조달 시장에서 여럿 흉흉한 소문들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L 모 건설사 등 일부 건설사와 E 모 증권사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매각설과 부도설마저 나돌면서 위기설마저 제기됐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소문이 흉흉하다 보니 주변에서 불안한 시선들이 상당하다"면서 "특히나 영업쪽에서는 이런 소문을 해명하는 등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사태가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채안펀드 조성,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50조 원+α' 규모의 시장유동성 공급 조치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외에도 총 10조 7600억원 규모의 증안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국내 9개 증권사들은 총 4500억원 규모 제2채안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KB 및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5대 금융지주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 95조원을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 12조원,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 10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하는 등 금융권 안정을 위한 일대 총력전이 펼쳐졌다.

 

이렇듯 한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금융시장이 겪은 혼란은 상당했다. 또한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야기됐다. 그 발언이 고의든 아니든 간에 말의 무게가 천금 같아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만큼 말은 하는데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을 또 다시 되새기게 되는 사례로 남게 됐다.

 

요컨데, 레고사태와 함께 이를 둘러싼 신중치 못한 대처는 향후 국내 경제와 국민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위기설에 사전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써 그 효과가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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