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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편리함·실효성 외면한 '잔술' 판매정책…각주구검(刻舟求劍) 될라

 

【 청년일보 】 초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는 가지고 있던 칼을 강물에 빠뜨렸고 그 즉시 배에다가 표시를 새겼다. 


그러나 칼은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배는 멈추기 전까지 계속 움직인다. 이에 배에 칼이 떨어진 곳을 새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되는 셈이다.


이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유래가 되는 이야기다. 즉 시대가 바꼈음에도 과거의 법을 따르는 것은 슬기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최근 우리나라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심지어 누군가에게 돈을 갚을 때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현금이 오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이처럼 현금 없는 사회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편리함과 실효성 때문이다. 지갑 안에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부담이 사라졌고, 신용카드나 휴대폰으로 바로 바로 결제가 가능해 현금이나 잔돈이 필요없는 간편함이 생겼다. 


공식적으로 법률이나 규칙 등이 공표되지 않더라도 편리함과 실효성이 함께 한다면 새로운 정책은 빠르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편리함과 실효성이 결여된,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 발표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정부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술을 병이 아닌 잔으로 판매하는 '잔술' 판매가 모든 주류에서 허용된다.


잔술 판매는 기존에도 국세청 기본통칙 해석상 가능했지만, 이를 법령상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잔술 판매가 이번에 법개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도화됐을 뿐 앞서서도 가능했다는 점이다. 


잔술 판매가 확대되지 못한 이유는 편리함과 실효성 영향이 커 보인다. 편리함의 경우 고객입장에서는 딱 한 잔만 원할 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소상공인이다.


잔술의 경우 이미 개봉됐던 술이기에 변질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바로 바로 판매가 완료돼야 한다. 


그러려면 보관이 중요해지는데, 개봉된 술의 경우 맛과 냄새가 변할 수 있어 전용 냉장고가 필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잔술을 찾는 수요보다 남기는 술의 양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이고, 보관 기간이 지나면 어차피 폐기해야 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일거리와 비용만 더 늘어나는 셈이다. 


실효성의 경우 고객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고객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에 하나는 위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웰니스(wellness)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무설탕, 건강기능 식품 등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웰니스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어떤 사람이 어떻게 먹다가 남긴지 모르는 술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따라서 잔술 판매가 공식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소비자와 주류업계 등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수요 없는 정책은 언젠가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잔술 판매가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되지 않으려면 소상공인의 비용 문제, 고객의 위생 불신 등이 먼저 해소돼야 할 것이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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