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고려제약이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제약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려제약은 수년간에 걸쳐 약 1천명의 의사들에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현금을 비롯해 가전제품, 호텔 쿠폰, 골프 접대, 자동차 리스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뇌물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불법 리베이트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제약사들과 의사들 간의 불법 리베이트 거래는 의사들의 처방에 제약사들의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양측 간 구조적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또한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 같은 불법 행위들은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다. 이번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은 그 심각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일례일 뿐이다.
경찰은 이번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단순한 개별 회사의 일탈행위가 아닌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걸친 폐해로 판단, 고려제약을 시작으로 여타 제약사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 결과 현재까지 무려 119명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 중 의사는 82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약 10년 전 금품을 주고받은 제약회사와 의사 양측 모두를 처벌할 수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리베이트 행위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9년부터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224명의 의사들이 입건됐지만, 면허 취소 처분 등 중징계 처벌을 받은 이는 전체의 10% 수준인 23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성분명이 아닌 특정 제약회사의 상품명으로 처방하고 있는 점도 적잖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약사회는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일환으로 '성분명처방' 제도화를 주장해 왔다. 이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약가 정상화와 국민 의료비 축소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불법 리베이트는 의사와 제약사 간 그들만의 '검은 거래'다. 이 같은 커넥션으로 양측은 막대한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들에게 되돌아간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는 환자에게 적합한 의약품이 아닌,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되는 고가의 의약품을 처방한다거나,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의약품의 과잉 처방을 야기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국가 재정 손실을 초래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요컨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의료-제약업계 내 불법 리베이트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즉 사법당국의 수사뿐만 아니라 행정 제재와 아울러 법적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
의사에게는 면허 취소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제약사에게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불법 행위의 유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밖에도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야기하는 성분명처방 등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제약사와 의사단체들도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이번 고려제약의 사건을 계기로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전면 쇄신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양측의 깊은 자성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주길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