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신건강 문제가 일상적인 사회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치료제가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정신건강 치료가 병원·상담센터 중심으로 제한됐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인지훈련을 하고, 게임을 통해 집중력을 개선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 모두 이 변화를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DTx)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건강 문제의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불안·ADHD·수면장애 등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환경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빠른 사회 변화, 불안정한 노동환경, 관계 소진 등으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는 늘 부족하다. 상담 대기 기간은 길고 비용은 부담스럽다. 의료진 역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공백’을 메우는 도구로서 디지털 치료제는 매우 설득력 있는 해법으로 떠오른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헬스케어 시장의 문법을 흔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의료 서비스는 전문가 중심 구조로 운영되어 왔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치료 과정 일부를 스스로 수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즉, ‘의료 소비자’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자 주도성은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층을 만들고, 국가 입장에서는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이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공지능은 감정·행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개인에 맞는 개입을 추천하고, 게임 기술은 집중력 개선이나 스트레스 완화처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적합하다. VR은 공포·트라우마 치료에서 실제 치료 환경을 재현할 수 있어 기존 치료법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의료 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산업 전체가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
물론 남은 과제도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대가 큰 만큼 검증도 철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디지털 치료제가 실제 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보험 체계와 의료기기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도 핵심 변수다. 정신건강 데이터의 민감성은 타 분야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산업 성장 속도만큼 안전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미래는 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신건강 문제는 감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기술은 계속 진화하며, 사용자들은 이미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신건강 디지털 치료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아니라, “어떻게 치료를 이해하고 경험할 것인가”라는 의료문화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다. 지금의 기대감이 현실적인 제도로 뒷받침된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앞으로 정신건강 분야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의료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기술이 보완하며,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안채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