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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쌍방향적 소통창구 조성"···삼성바이오, 창립 이후 첫 노조설립 '시동'

실적 대비 낮은 임금·의사소통 부재···복합적 요소들 맞물려
22일 노조 설립 신고증 교부받아···사실상 '합법노조' 인정
2011년 창립 이후 첫 노조 탄생···"직원들 처우 개선 앞장"

 

【청년일보】 삼성그룹 계열의 제약,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1년 창립 이후 12년 만에 첫 노동조합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는 줄곧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오던 회사가 최근 들어 ▲실적 대비 낮은 임금 보상 ▲일방적인 인사 이동에 따른 사측과의 의사소통 부재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노조 설립 움직임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회사의 글로벌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함께 노사간 '상생'하자는 차원에서 정식명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 노동조합'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설립을 계기로 그동안 딱딱했던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과 쌍방향적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천 연수구청에 노조 설립 신청···실질적 요건 충족

 

22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인천 연수구청으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았다. 

 

앞서 지난 11일 노조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온라인으로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했다. 해당 노동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의 노동조합 설립 신청을 받았고 조합원의 범위가 연수구에만 한정돼있다보니 이를 관할 행정 관청인 인천 연수구청에 이첩했다. 

 

통상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선 '실질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실질적 요건은 크게 적극적 요건(성립요건)과 소극적 요건(결격요건)으로 나뉜다. 

 

성립요건의 경우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조직해야 하는 자주성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통한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해야하는 목적성 ▲2명 이상의 근로자를 구성원으로 하여야 하는 단체성을 각각 구비해야 한다.

 

반면 결격요건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 허용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등 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에 5가지로 명시돼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신고 뒤 노동부 및 행정관청은 3일 이내 사실상 '합법노조'로 인정하는 노조설립 신고증을 교부하도록 되어 있다.

 

연수구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조 설립신고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이같은 실질적 요건들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노조는 차후 5명 내로 집행부(회계, 감사)를 구성하고 이달 말 홈페이지 개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합원을 공개 모집한다. 

 

무분별 인사 이동, 임금 인상률 관련 의사소통 부재···직원들 사이 '빈축'

 

이처럼 2011년 회사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기조를 이어오다가 12년 만에 노조 설립이 본격화된 데는 '실적 대비 미비한 임금 보상', '노사 간 소통 부재 등 크게 두 가지 배경으로 꼽힌다. 

 

먼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가운데 지난해와 올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직원 기본급 인상률을 전년 3% 대비 1%p 감소한 2%로 책정했다. 다시 말해 실적 대비 직원들에겐 정작 이에 상응하는 임금 보상이 다소 미흡하단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 3조13억원, 영업이익은 1조원에 육박한 9천83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연매출이 3조원을 넘은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가운데 처음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조4천333억원(91%), 영업이익은 4천463억원(83%)씩 각각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호조 배경엔 수주 확대 및 공장 가동률 상승, 지난해 4월 삼성바이오에피스 100% 자회사 편입에 따른 외형 확대에 따른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올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천209억원, 영업이익은 1천9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1%, 9% 증가했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실적이 반영되며 성장을 이끈 것이다. 

 

올해 기본급 책정과 관련해 사측은 글로벌 경영환경과 당사 중장기 경영 여건을 반영한 인상률이란 입장이다. 그럼에도 직원들 사이에선 최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점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아쉬움이 돌고 있다. 

 

개인의 커리어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인사이동 역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돼 노조 설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해당 직원 A씨에 따르면 회사는 특정 부서의 근무시간이 적거나, 실적·성과가 미흡할 경우 'Re-Think(리띵크)' 시스템을 통해 일방적으로 부서를 변경한다는 통지를 내렸다. '리띵크'란 쉽게 말해 부서재배치의 개념으로 통상 여겨진다.

 

해당 직원 A씨는 청년일보에 "리띵크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용어로써 이는 특정 부서가 실적·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시 효율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명목상으로 인사 이동을 하는 것이다"면서 "문제는 과장급 되는 인원들을 연관 부서가 아닌 전공과 전혀 무관한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첫 노조 설립을 추진한 위원장 B씨는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하반기엔 Base-UP(B/U·기본 인상률) 상향과 관련해 직원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이를 기습통보했고 특히 경영진과의 소통이 없었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분별한 인사이동, 임금 인상률 감소와 관련해 경영 환경을 감안했다 하더라도 해당 배경에 대해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올바른 노사관계의 시발점인데 언급된 것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노조결성은 상급단체(민주노총, 한국노총 등)를 두지 않고 단독 노조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사로잡는다. 기존 상급단체들처럼 대부분 노동 문제와 관련된 사안보다 정치 편향적 행보를 보인 점들과 달리 노동자 권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의지다.

 

B씨는 "그간 미디어 매체를 통해 상급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노출된 사실이 있었다"면서 "해당 노조는 기존의 단체들과 달리 정당한 노동자 권익 보장 활동이란 순수한 동기를 갖고 상식노조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직원들의 처우 개선, 회사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사측과 꾸준히 의사소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일련의 내용들과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청년일보에 "아직 노조설립과 관련된 공식적인 내용은 받아보지 못했다"면서 "공식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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