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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단상(斷想)] 선택을 강요하는 지향적 언어...그들만의 생존 법칙

 

【 청년일보 】 유니레버 등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일해 온 필 바든은 소비자 선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최악의 매출을 기록하던 티 모바일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49퍼센트의 매출 신장, 시장 점유율 6퍼센트 상승이란 수치를 기반으로 그는 유럽 모바일 시장이 그의 마케팅 방식을 채택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케팅의 대가답게 그는 'The science behind why we buy'에서 기름기를 75% 뺀 지방과 25%를 함유한 지방이란 함축적 어구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찰라의 순간을 묘사한다. 

 

그는 같은 제품이라도 묘사적인 라벨이 붙은 메뉴가 수식어가 없는 라벨이 붙은 제품보다 판매량이 높았다는 코넬 대학의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의 실험을 예로 이를 설명한다. 

 

즉 가치 지향적인 언어가 인간의 선택 동기를 자극하면서 기름기가 75% 빠진 고기라는 시그널이 지방분 25%라는 메시지보다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바든은 이후 의사결정학(decision science) 분야의 전문가들과 신경마케팅 분야를 주도하는 대학들과 협업을 통해 세계적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전문가로서 정평을 얻었다. 

 

그가 주장한 이론들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소비자는 "보이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대통령의 통치 등 과목을 강의한 도리스 컨스 굿윈은 'Ledadership: In Turbulent Times'에서 대학원 시절을 떠올리며 시대가 리더를 만들까, 아니면 리더가 시대를 만들까, 리더는 국민의 삶에 어떻게 목적의식을 부여할까 등의 문제에 대한 토론으로 밤을 새우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같은 시기를 거쳐 그는 시대가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존 F. 케네디 조차 공민권의 입법화라는 시대의 쟁점에 대해서는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표현으로 완벽한 리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굿윈은 케네디 암살 직후 린든 존슨이 국민에게는 강인함과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케네디가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명하며 겸손하게 행동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장인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도제의 역할에 빗대 권력을 향한 역할 수행에 있어 존슨은 누구보다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시대의 전환기나 특수한 사건의 전개에 있어 이른바 '생존을 위한 전략의 수립'이란 관점에서 이를 분석한 로버트 그린은 'The 33 STRATEGIES OF WAR'에서 이같은 처세 아닌 처세에 대해 전쟁의 신 아레스가 아닌 지혜의 신 아테나를 숭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쟁 상황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서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언급한 "할수 있다면 착해져라 다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악해져라"라는 말을 인용할 만큼 긴박한 상황을 상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상황과 정도의 차이를 떠나 생존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의미가 한층 날을 세운 채 다가서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선택의 과정에서 처세의 정답은 아레스가 아닌 아테나를 숭배해야 한다는 말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정직 2개월 징계에 관여해 징계 찬성을 주장한 이들의 대부분이 4·10 총선을 앞두고 총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었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두고 법조계에서 징계 추진이 정치적이란 의견들도 다수 제시되기도 했다. 

 

정치사회적 구조상 이같은 의견들은 우리에게 정치 또는 법치라는 사회질서가 만들어낸 상품아닌 상품에 대한 소비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과정에 대응하는 우리의 선택은 때로는 무관심으로, 혹은 동조로 나타나며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정치와 법치라는 체계 속에 총선을 앞둔 우리는 무심결에 무엇인가 중요한 의미를 놓친 것은 없는걸까? 질문을 바꿔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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