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전자 상거래(이커머스) 업계가 하반기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전사적 역량을 쏟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유례없는 혹한기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의 공격적인 내수 시장 공략에 고물가 등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좀 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고강도 체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 받고 있는 한편 심지어 인력감축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껏 사업을 전개하며 이만큼 경쟁이 가열되고 여러 난제가 산적한 적이 없다"라며 "대부분의 업체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생존' 그 자체의 문제를 두고 모두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커머스 업체들은 업계 1위 쿠팡의 독주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계 전자 상거래 플랫폼(이하 C커머스)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견고한 물류망을 앞세워 쿠팡이 전개하고 있는 '로켓배송'에 대적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쉽게 등장하기 어려울뿐더러, 막대한 자본과 마케팅을 무기로 저가 상품 중심의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C커머스 역시 까다로운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힘드네"…11번가·SSG닷컴·롯데온, 릴레이 '희망퇴직'
상황이 이렇자 수년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11번가·SSG닷컴·롯데온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앞서 매각이 진행 중인 11번가는 지난해 12월말 만 35세 이상 직원 중 근속 연수 5년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1차 희망 퇴직을 신청 받은데 이어 지난 5월말에도 2차 희망 퇴직을 진행했다. 당시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는 오는 2025년 전사적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조직 슬림화'를 언급해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11번가의 유력한 인수 후보에는 오아시스가 언급되고 있다.
오아시스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세 확장 및 물류망 확보 측면에서 11번가가 보유한 플랫폼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지속 하락하고 있어 양사와 재무적 투자자(FI) 등 이해 당사자들간 이견 조율이 불확실해 '매각 딜'의 성사 여부는 안갯속이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지난 5일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희망퇴직 대상은 근속 2년 이상 본사 직원으로, 월봉 기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4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또한 미취학 초·중·고·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직원의 경우 특별 지원금도 지급한다.
SSG닷컴 역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SSG닷컴은 지난 2023년 영업손실 1천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비록 적자폭은 전년(2022년) 대비 82억원 줄었지만 매출액도 동기간 대비 3.8% 감소한 1조6천78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SSG닷컴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이 이마트 전체 실적 개선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의 경영 상황도 별반 차이가 없다.
롯데온은 지난달 5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근속 3년 이상 및 2021년 6월 7일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한 롯데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이커머스로 큰 기대감을 모았지만, 매년 1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프리미엄 버티컬 서비스·계열사 총동원"…하반기 수익성 제고 '올인'
이들 업체 모두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반전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록 매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매년 강도 높은 조직 구조 개편과 차별화된 쇼핑 경험 제공을 위한 노력을 통해 적자폭 자체를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1번가는 작년 1천258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2022년 대비 적자 규모를 257억원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선밥상·우아럭스·9천900원샵 등의 버티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 긍정적이다.
신선밥상의 경우 올해 4월 결제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9% 이상 늘면서 서비스 론칭 이래 역대 최고 거래액을 달성했으며, 2월부터 4월까지의 결제거래액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7% 늘었다.
이러한 성과에 기반해 상품 구색도 늘어 신선밥상으로 판매 중인 상품 수도 론칭 초기(600여개)와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우아럭스의 구매 소비 수와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오픈 초기(2023년 3월)와 비교해 각각 42%, 62% 증가했고, 9천900원샵도 3월 기준 상품 수와 거래액 모두 오픈 초기(2023년 10월) 대비 각각 약 5.8배, 6.7배씩 성장하며 실적 반등의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오픈마켓 사업에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억원 이상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전사적인 차원에서 손익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11번가 전체 영업이익도 200억원 가까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하반기 핵심 경쟁력에 대한 집중 투자와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 등 수익성 강화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SSG닷컴은 프리미엄 식품관인 '미식관'과 사업자 회원 대상 '비즈관'을 중심으로 하반기 수익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식관의 경우 올해 3월 28일부터 4월 10일까지 직전 2주 동기(3월14일~27일) 대비 매출이 45% 증가하며 청신호를 쏘아 올렸다. 비즈관 역시 공식 오픈 약 2주일 만에 작년 누계 신규 사업자 회원의 30%에 육박하는 수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며 순항 중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명품·패션·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는 신규 브랜드 발굴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전문관을 통한 특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핵심 영역인 장보기에서는 '신선직송관'과 차별화 상품 중심의 미식관을 강화해 독보적인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온은 롯데 계열사 간 통합 시너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롯데온은 올해 각 계열사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월간 롯데' 행사를 기획하는 등 롯데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한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롯데 대표 온라인몰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롯데 계열사 상품을 단독 혜택으로 제공해 계열사 소비자의 롯데온 방문을 확대하고, 계열사 상품 구매 시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한다는 게 롯데온의 포부다.
롯데온 관계자는 "월간 롯데 행사의 경우 앞으로 매월 진행될 예정이며, 해당 행사 내에 롯데 계열사와 협업한 단독 상품 및 서비스, 단독 혜택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