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 박철현 소장.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730/art_17220787011861_6a009a.jpg)
【 청년일보 】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의 박철현 소장이 국내 보험범죄에 대한 관심이 보험업계 마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보험범죄 예방과 경감을 위해서는 관련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1989~2003년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보험범죄 수사 현장을 누비던 그는 당시 경험과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이후 악사손해보험에서 조사팀장(2003~2004년), 보험범죄조사협의회 회장(2018~2024년)을 지내며 보험범죄 해결의 일선에서 맹활약해 왔다.
2016년에는 비영리기관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를 설립해 보험범죄 관련한 교육과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박 소장은 현직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한 자문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교육과 조사분야로 활동의 폭을 넓혀 보험범죄 관련 업무 담당자들이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 "국내에 보험범죄 관련 참고자료 현저히 부족...연구소 설립 결정적 요인"
박 소장은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 설립 취지에 대해 "보험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보험범죄 조사 및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보험범죄 관련해 아직 국내에는 참고가 될 만한 유용한 사이트나 문헌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험범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은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가 유일하다.
박 소장은 특히 보험사에서 보험조사원으로 활동할 당시 대형 보험사도 보험범죄 대응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보험범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보험회사로 이직해 보험범죄를 조사하는 부서를 조직하는데 관여한 적이 있다"며 "당시 대형 보험사마저 보험범죄에 관해 엉성한 매뉴얼과 부실한 운영계획을 마련한 것을 보고 업계 내 보험범죄 대응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1년간 보험업계 공동으로 보험범죄 조사에 나섰고 실제 23건을 직접 해결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보험범죄에 관한 지식을 엮어 4종의 전문 도서를 출간한 한편, 경찰수사연수원을 비롯해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충남경찰청, 보험범죄조사 아카데미, 보험연수원,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등에서 보험범죄 강사로 활동했다.
2022년 12월에는 대검찰청 의뢰로 전국 보험범죄 담당 검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
그는 "사법연수원도 보험범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국가에서는 보험범죄를 다루는 것에 대해 민간회사인 보험사의 이득을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가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국내 보험범죄 처벌 수위 낮아"…보험사들, 적발보다 '환수'에 치중
박 소장은 국내 보험범죄에 대해 ‘대한민국은 보험범죄 공화국’이라는 말로 심각성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그는 현재 보험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과 보험범죄 적발보다 환수에 중점을 둔 보험사의 방침, 유관기관의 역할 미흡 등을 꼽았다.
먼저 박 소장은 수 차례 보험범죄를 저지르거나 편취액이 크다는 점이 입증된 건이라도 반환하기만 하면 초범의 경우 기소유예에 그치므로 이른바 ‘남는 장사’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험사측 문제로는 보험범죄 예방보다는 적발, 나아가 적발보다는 환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허위청구를 일삼은 업체에 처벌을 면하는 대신 허위청구액의 일부를 환수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점을 짚었다.
또한 박 소장은 보험범죄 적발 부서나 유관기관 간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험범죄 적발부서에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담당 보험조사원들이 나눠져 있는 가운데 각자 인지하는 범죄행위 정보를 소통하지 않아 누수가 발생한다"며 "예컨대 자동차보험 조사원이 적발한 건에서 장기보험금을 편취한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담당 조사원에 공유 또는 통보하지 않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조사원들은 수사기관에서 근무한 경력 등 나름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보험범죄에 대해 상세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들이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도 미비해 소위 주먹구구식 조사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금융당국 및 보험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보험범죄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등 당국와 업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국보험범죄문제연구소 박철현 소장이 지난달 24일 진행된 청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0731/art_17222322305969_5b5e39.jpg)
◆ 가장 잊지 못할 보험범죄 사건은 ‘렌트업체 보험금 편취’…유관기관 좌시에도 끝까지 수사
박 소장은 그동안 맞닥트렸던 보험범죄와 관련해 가장 잊지 못할 사건으로 렌트업체의 보험금 편취를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 렌트업체의 불법행위와 이에 편승한 보험사의 영업행위를 조사한 후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경찰청을 방문했으나 수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및 보험협회, 보험사에도 의견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그렇지만 이후 3년만에 250개 업체가 기소돼 결국 관련자들 모두 징역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관기관들이 해당 사건을 좌시한 상황에서도 홀로 이를 이겨내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업체에 법적 처벌이 내려질 수 있게 한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 "보험범죄 예방에는 보험사 역할 1순위…SNS·유튜브 등 활용한 지속적인 홍보도 중요”
박 소장은 보험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험사의 관심 및 홍보, 교육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이 중에서 보험사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고경영자나 임원진 교체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험범죄에 대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응 시스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보험범죄 예방을 위해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건 보험사의 역할"이라며 "보험범죄의 95%는 보험사에서 해결하고 나머지 5%는 수사기관에 맡겨지는 게 이상적인데, 현실은 보험사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추정사항만 파악한 뒤 곧장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인계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 박 소장은 SNS(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로 일반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보험범죄의 변화를 민첩하게 파악하고 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보험사와 수사기관이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범죄는 어떤 범죄보다도 빠르게 진화하는 특성이 있다"며 "특히 요즘은 SNS의 급속한 발달로 보험범죄 수법이 지역간에도 금방 전파되기 때문에, 그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시에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시기 및 장소에 맞춘 보험범죄 예방·적발 활동 펼쳐…"향후 교육·조사 분야에서 기여할 것"
면담 및 현장 조사를 기반으로 보험범죄 수법을 습득해 오고 있다는 박 소장은 지역 및 연도별, 그리고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보험범죄 양상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간파해 시기와 장소에 적합한 보험범죄 예방 및 적발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보험범죄 수법에 대해서는 직접 제작한 적발 매뉴얼을 보험사 및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병행해 수사 종결권자인 검사나 수사기관에 자문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보험범죄 예방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향후에도 교육과 조사를 중심으로 보험범죄 예방 및 적발활동에 힘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보험조사원들이 보험범죄에 관한 보다 전문적이고 철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보험범죄 조사 전문업체를 만들어 보험사에서 손해사정회사로 이관되는 보험범죄 건도 직접 심사, 조사해 국내 보험범죄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