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건설업계가 연말을 맞이해 수주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일부 재개발 예정지에서는 과열된 홍보전 양상에 관할 구청까지 나서 단속에 임하고 있다.
최근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건설사들이 돌연 컨소시엄을 구성한데 이어 입찰 참가 의사를 밝혔던 회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참가를 철회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미궁속에 빠진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를 두고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수주 나눠먹기'를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소재 신당 10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 연이은 유찰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신당 10구역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장으로, 예상 사업비만 6천억원이 넘는데다 서울 도심속 우수한 입지로 업계에선 알짜배기 땅으로 거론돼 왔다.
당초 지난 9월 신당 10구역의 1차 현장설명회(이하 현설)에는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등 6개사가 참여해 열띤 수주전이 예상됐다.
실제 관할인 중구청이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홍보행위에 대해 '처분 권고안'을 내릴만큼 건설사들의 홍보전은 치열했다고 전해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이 구역의 홍보전은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만큼 당시 건설사간의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구역에 가장 큰 관심을 드러낸 시공사로 GS건설과 HDC현산을 지목했다. 직접 방문한 조합 사무실에서도 이들 회사가 이 구역 수주를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담긴 사진들이 여럿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신당 10구역 시공사 선정은 1차 입찰에 이어 2차도 유찰됐다. 지난달 20일 2차 현설에서 GS건설과 HDC현산 관계자들은 조합 사무실을 찾아 사과하면서도 수주의지는 여전하다며 돌연, 양사간 컨소시엄 허용을 제안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두 시공사의 컨소시엄 제안에 이 구역 조합원들은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조합 관계자는 "컨소시엄 제안 후 수 차례 주민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며 "양사의 무혈입성하려는 움직임에 합리적 공사비 책정이 물 건너 간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2차 현설 당시 한 대형 시공사도 당일까지도 참가의사를 보였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두 업체가 사전에 작업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조합 한 관계자는 "GS건설과 HDC현산외 다른 시공사들과도 접촉하고 있지만 이들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며 "시공사들간 사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물증은 없지만 현재 다른 업체들이 확실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GS건설과 HDC현산에 향후 진행방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답변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차 현설 당시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과 HDC현산이 꼭 같이 가기로 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합에서 컨소시엄을 원하지 않을 경우 향후 입찰 참가 의향을 묻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즉, GS건설과 HDC현산이 여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오다 갑자기 컨소시엄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확정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반면, 신당10구역 2차 현설 당일 이번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 건설사 담당 직원이 "어디 시공사에서 나오셨냐"고 먼저 다가와 캐물으며 혹시 모를 제 3자 입찰참여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업계에서는 신당 10구역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수주 나눠먹기'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나눠먹기의 전형적인 행태"라며 "올해 수주 목표량을 채워야 하는 연말인데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러한 일들은 더 빈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구역 뿐만아니라 올해 서울에서 입찰이 진행된 다른 사업장에서도 A건설사 측이 타 건설사에 전화를 돌려 입찰 참가를 막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설사들의 수주나눠먹기 행태가 공사비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민간업체간 입찰 담합"이라며 "경쟁수주에 비해 입찰금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해 전반적인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민간 뿐만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이러한 일은 만연하지만 부당한 공동행위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법적 제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GS건설과 HDC현산측은 "시공사 선정은 조합원이 선택하는 영역으로 수주 나눠먹기는 결코 없었다"며 "조합 측의 입장 표명요청 공문에도 조만간 회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