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매각절차 중인 한양증권의 배당정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한양증권은 매년 대주주인 한양학원에 과도한 기부금과 배당금 지급으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에 현재 매각절차 중인 한양증권이 올해도 한양학원에 고액의 기부금과 배당을 실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양증권은 배당시즌 마다 한양학원에 과도한 기부금과 배당금 지급으로 논란이 됐기도 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초 한양증권은 보통주 800원·우선주 850원의 배당금을 일반주주에게 지급했다.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차등배당에 따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에게는 보통주 700원·우선주 750원의 배당금을 각각 지급했다.
올해 초 한양증권 측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친화정책 일환으로 전년도와 동일한 배당총액 100억원 규모로 차등배당을 실시했다"며 "차등배당은 경영진의 소액주주 우선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은 한양학원에 대한 기부금 지급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에 20억원, 기타특수관계자인 국제인권옹호한국연맹에 1억4천700만원의 기부금을 각각 지급했다. 국제인권옹호한국연맹은 김종량 한양재단 이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한양증권의 배당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당순이익이 2022년 1천858원에서 2023년 2천728원으로 늘었음에도, 배당총액은 전년과 동일한 100억원 규모로 설정됐다는 점도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가져왔다.
한편 한양증권의 한양학원에 대한 기부금은 2022년 17억원에서 2023년 20억원으로 3억원 증액됐다.
이처럼 주당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배당총액은 동결하면서 한양학원의 기부금은 오히려 증액하자, 일반주주들은 회사 측이 밝힌 소액주주 친화도가 오히려 후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앞서 한양학원에 대한 한양증권의 기부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지난 2018~2019년에는 보통주 1주당 배당액이 100원 오를 동안 기부금은 10억원이나 늘었고, 2021년에는 30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일부 투자자들은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이사회 의결행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주주에 대한 기부금에 대해 많은 소액주주가 반대의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주총 의사결정에 적절히 반영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한양증권은 KCGI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 중으로, 조만간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한양증권이 한양학원에 대해 과연 예년처럼 고액의 기부금과 배당금을 지급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9월 19일 한양증권의 원 소유주인 한양대 재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인 한양증권의 매각주식 수는 376만6천973주(29.59%)로, 총 투자금액은 2천203억원에 달한다.
KCGI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했고,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를 가리지 않고 모집했다. 특히 OK금융그룹은 후순위출자자(LP)로, 메리츠증권은 계열사인 메리츠캐피탈과 함께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은 1천200억원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양증권의 경영권이 KCGI로 넘어가게 되면 한양재단에 대한 기부금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정책은 지분율에 따라 지급 가능하지만, 특정 단체에 과도하게 기부하는 행위는 아마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매각대상인 한양증권이 매년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한양학원에 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매각과정에서 '파킹딜' 의혹이 있는 만큼 기부금을 전달한다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양증권 노동조합 측도 한양학원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양증권 노조 관계자는 "기부금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지분율이 3% 정도에 불과한 한양대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을 그만하라는 문제제기를 한 적 있다"면서 "기부금 전달은 일반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에도 기부금 전달을 두고 소송전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최고경영자를 압박한 것으로 안다"면서 "KCGI가 최대주주가 되면 한양대에 기부금을 전달할 명분도 적은 만큼 기부금을 전달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양증권 측은 현재 배당금과 기부금 관련해서는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현재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 중으로,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항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