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206/art_17385607869268_d7ee18.jpg)
【 청년일보 】 '탄핵 정국'으로 여야간 극한 대립이 조장되면서 후순위로 밀려난 '반도체 특별법' 처리 여부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의 주요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관련해 미온적 입장이던 민주당이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하면서,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될 지 적잖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전 반도체 특별법 정책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조항'과 관련해 "1억3천만원 이상의 연구직 고소득자가 동의하는 것에 한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기업들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 보조금 지급 및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52시간 적용 예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당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야당 측에선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조항을 두고 이같은 예외 조치가 자칫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재계가 요구해 온 '주52시간제 예외'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갑론을박을 펼쳤다.
기업인들은 반도체 분야의 노동시간 유연화에 찬성한 반면, 노동계는 산업재해 증가 우려 등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밝혔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산업은 기술 중심의 산업으로, 첨단 기술이 바탕이 된다"면서 "이 중심에 기술 개발이 있고, 그 중심에 연구자가 있는데 시간을 기준으로 연구, 개발을 하면 성과가 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외와 비교해서도 우리의 원천 기술이 취약하므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범 SK하이닉스 R&D 담당은 "고객이 요구한 메모리를 공급하고 평가 시 문제가 발견되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원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면서 "노동 환경과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반도체 특별법에 담긴 52시간 예외는 노동자에게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장시간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과 심혈관질환 발생이 높다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성 연세대 교수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직원이 게을러 망하는 조직은 없다'고 했다"면서 "삼성전자가 잘 나갔던 2010∼2017년 사이에 CEO는 '하드워크'가 아닌 '스마트워크'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는 "양측간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했다"면서 "향후 일정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의 경우 시간 제약 없이 연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면서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만큼 야당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양측의 입장을 토대로 조만간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