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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골목 전통시장 가보니 '썰렁'…대형마트·편의점 공세에 '한숨'

통인시장·광장시장 등 서울 유명 시장 '발길 뚝'…상인들 "누가 오겠나"
대형마트 '초저가 신선식품 경쟁' 직격탄…'집 앞 만물상' 편의점도 악재
전문가 "정부·기업 나서 전통시장 도와야…상인 자구 대책 마련도 필요"

 

【 청년일보 】 "젊은이들 오는 것도 한때지,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듬성듬성 오는 게 전부야. 정말로 입에 풀칠할 정도로만 벌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통인시장에서 떡볶이 등을 판매하는 70대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마저 감소해 하루하루 수입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다른 상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곳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60대 상인 A씨도 "예전에는 단골손님들 위주로 장사를 했는데, 최근에는 이 손님들의 발길조차 끊겼다"며 "요즘에는 더 이상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토로했다.

 

통인시장은 수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동전 도시락'이 입소문을 타며 방문객이 급증했던 서울 관광의 대표적인 '명소'였다.

 

그러나, 손님들로 한창 붐빌 지난 7일 금요일 통인시장의 거리는 그야말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어떠한 골목은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같은 종로구에 위치한 또 다른 유명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의 경우 통인시장 보다는 방문객이 많았지만, 이곳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광장시장의 경우 일부 유명 상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손님의 인기척조차 찾을 수 없었다.

 

광장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상인 B씨는 "관광객에게 유명한 전집 근처에만 손님이 북적이지, 그 외 대부분의 거리는 여타 시장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광장시장의 경우 상인 사이의 매출 격차가 더욱 심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곳의 또 다른 50대 상인 C씨는 "여기에서 조금만 더 가면 굵직한 대형마트들이 있다보니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며 "온라인 등에서 적극적으로 시장을 홍보하려고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만난 대부분의 상인들은 고물가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약진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전통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던 인기 상품인 신선식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대형마트에 뒤처지면서 손님들의 방문이 줄어들었다는 게 전통시장 상인들의 주장이다.

 

실제 최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위주로 매장을 재편하며 '초저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린 대형마트 업계 역시 승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은 매장에서 직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신선식품'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업체들은 각기 '상시 초저가'를 내세우며 제로섬 경쟁에 가까운 가격투자를 진행하며 소비자를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다.

 

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품을 납품 및 판매할 수밖에 없는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더욱더 열세에 놓이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요 서울 자치구들이 잇따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전통시장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상인들은 호소한다.

 

편의점의 부상도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생활에서 사용되는 거의 대부분의 물품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상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만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솔직히 말하자면, 손님 입장에서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구태여 시장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집 바로 앞에 없는 게 없는 만물상(편의점)이 있는데, 뭐 하러 복잡한 시장 골목으로 들어오겠나"라고 낙담했다.

 

상인단체 역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국 상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활동 영역을 무한정으로 확대하면서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과거에는 상인들과 '상생'의 구색을 내기 위해서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아예 그런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기에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등에 호의적인 정책을 잇따라 시행하는 반면, 시장 상인들을 위한 지원책은 전무하다시피 해 상대적인 박탈감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나 편의점 업체가 나쁜 사업을 전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다만, 기존 전통시장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협력을 주문하는 한편, 전통시장의 상인들 역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할 수 있는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예전의 경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전통시장과의 상생 논의가 이어졌다면, 이제는 편의점도 함께 대화에 나서야 할 만큼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며 "'골목 상권'이라고 불리는 영역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는 업체는 이제 비단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 이커머스 업체들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만, 전통시장의 상인들도 디지털 전환(DX) 등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판매 전략을 고안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각 시장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전문가도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자체적인 노력"이라며 "전통시장 상인 대부분이 고령층임을 감안했을 때, 정부와 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상인들이 시대 전환에 합류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시장은 비단 사업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 유산 중 하나라는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지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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