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코인'($TRUMP) 보유자들을 위해 이틀간 개최한 비공개 행사를 계기로, 트럼프 정부의 친(親) 가상화폐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화폐 산업 규제 완화 추진이 윤리적·법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23일 이틀간 워싱턴DC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과 백악관에서 트럼프 코인의 대량 보유자들을 초청해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암호화폐 기업 잉카 디지털에 따르면, 해당 행사 참석을 위해 트럼프 밈코인 구매자들이 지출한 금액은 총 1억4천800만달러(약 2천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참석자 명단에는 중국 태생의 가상화폐 재벌 저스틴 선도 포함됐다. 트론(TRON) 창립자인 그는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7천5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행사 직전 트럼프 밈코인 2천만달러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스틴 선은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돼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어, 이번 투자에 대해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위험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리처드 브리폴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트럼프는 밈코인 수익 창출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마케팅하고 있다"며 "이는 최고 규제 책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돈을 낸다는 것으로, 미국 역사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이전부터 자신을 '친(親) 가상화폐 대통령'으로 자처하며 규제 완화를 공언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EC는 오랜 기간 공방을 벌였던 리플(XRP) 운영사 리플재단과 소송을 합의하는 등 관련 업계에 대한 제재 수위를 완화해왔다.

가디언은 SEC가 암호화폐 관련 조사와 기소를 중단하거나 보류한 사례가 12건을 넘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일가가 직접 암호화폐 벤처에 투자하며 사업을 확대해온 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민주주의 수호자 기금(State Democracy Defenders Fun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중순 기준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벤처 총가치는 약 29억달러(한화 약 3조9천500억원)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미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조치와 이해충돌 문제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 발의도 추진되고 있다.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오리건)은 "트럼프의 암호화폐 구상은 심각하게 부패했다"며 "그는 행정부에 대한 접근 권한을 팔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 이득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친화 행보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래리 노블 아메리칸대 로스쿨 교수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정부, 기업, 부유한 민간 기부자들이 부를 쌓도록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부패의 로드맵이다. 그들이 투자의 대가로 바라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가안보에 실질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