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623/art_1749038422082_c73f74.jpg)
【 청년일보 】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올해로 32주년을 맞이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1993년 6월 7일, 이건희 당시 회장은 본사 주요 임원과 해외 주재원 등 200여 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위치한 캠핀스키호텔로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주문했다.
이같은 주문 배경엔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전자제품 매장 구석에 먼지만 쌓인 채 놓여 있는 삼성 TV와, 세탁기 불량 부품을 칼로 깎아 조립하는 장면을 본 뒤였다.
당시 직원들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으나, 이는 이 선대회장의 개혁의지를 달아오르게 한 '도화선'이었다.
신경영 선언 직후 변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춘 단적인 사례가 '애니콜 화형식'이다. 삼성전자 무선전화기 사업부는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품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완제품 생산에 몰두했다.
이에 따라 제품 불량률이 11.8%에 달했고, 이 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995년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운동장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선전화기, 키폰 등 15만대, 500억원 원어치의 제품 등을 전량 수거해 화형식을 거행한 것이다.
이같은 '충격요법'으로 신경영 선언 이듬해인 1994년 국내 4위였던 삼성의 무선전화기 시장 점유율은 불과 1년 만에 19%를 달성하며 단숨에 1위 자리로 올라섰다.
재계 일각에선 이 선대회장의 승부사적 기질과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지금의 삼성을 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한다.
◆ 이재용 회장, '사즉생 각오' 고강도 메시지…재계 "품질 위주로 혁신해야"
올해로 프랑크푸르트 선언 32주년을 맞은 가운데, 재계 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2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지난 3월,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최근 삼성이 처한 상황을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면서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즉생의 각오를 내비친 배경에 업계 안팎에선 '기술 경쟁력'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AI 큰손'인 엔비디아에 현재 주력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HBM3E' 제품은 아직까지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검증)가 현재진행형 중이다.
이처럼 HBM 호황에 힘입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33년 만에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6.9%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34.4%였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냉난방공조 등 인수합병(M&A)을 연달아 단행하며 '뉴삼성'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처럼) 품질 위주로 혁신하는 것"이라면서 "아직 HBM3E 12단 개선제품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가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품질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적을 불문한 해외 유수 인재 영입 뿐만 아니라 이 회장 스스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본인만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