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과 반도체지원법(이하 칩스법) 보조금 재협상 움직임 등이 맞물린 가운데, 삼성전자가 불확실성 점증 속 '새판짜기'에 들어간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17~19일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는 통상 6월과 12월 두 차례씩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사업 부문별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각각 주재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고, 추후 사업 전략 등을 보고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경우 17일 모바일경험(MX)사업부, 18일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 19일 전사 등의 순으로 회의를 연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8일에 회의를 진행한다.
우선 DX 부문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가전과 TV 등 국내외 판매 확대 전략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AI 기술력을 통해 'AI 가전=삼성' 공식을 굳히기 위해 AI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 파생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직접적 관세 사정권에 든 만큼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 상무부는 연방 관보를 통해 50% 관세 부과 대상인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등을 새로 추가했다.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는 오는 23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스마트폰 같은 경우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인 '갤럭시Z 플립7'과 '폴드7' 등 마케팅 전략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초 미국 뉴욕에서 하반기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이날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을 공개한다.
이밖에 DS 부문은 최근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히며 이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4%에 그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36%)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대만 TSMC에 한창 뒤쳐져 있어 위기감이 팽배하다. 올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7.7%로 TSMC(67.6%)와 격차가 상당히 크다.
설상가상 중국의 SMIC에 2위 자리를 내놓을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8.1%에서 올 1분기 7.7%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SMIC는 5.5%에서 6.0%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부문에선 고객사 확보 방안 점검 및 미래 경쟁력 제고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 '칩스법'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조금을 위해 대규모 미국 투자에 나섰지만 감축·폐지될 경우 자칫 사업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통과된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 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1조원)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상무부에서 보조금 47억4천500만달러를 받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칩스법을 "너무 나쁜 거래"라고 규정한 바 있으며, 지난 3월 초 미 의회 연설에서도 "칩스법은 끔찍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에 지난 4일(현지시간) 보조금 중 일부에 대해 재협상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