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8914564033_78b0b7.jpg)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지난 9일 공포됐다. 6개월 유예기간을 거친 뒤 내년 3월 10일 본 시행 예정이지만 경영계와 노동계는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경영계는 노사관계 대혼란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 측에선 노사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청년일보는 '노란봉투법 시대'를 맞으면서 입법 추진과정을 조명하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노란봉투법 통과에 경영계·노동계 입장 '첨예'…"경쟁력 저하" VS "새로운 전환점"
(中) 파업 만연·경영 위축 후폭풍 '촉각'…재계 "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
(下) 노동계 "20여년만 입법, 만시지탄"…"합법적 쟁의 대상 '보복성 손배가압류' 종식"
【 청년일보 】 경영계의 잇단 읍소에도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 내에선 산업 생태계 붕괴와 파업 만능주의 확산, 노사 분규, 한국 투자매력도 저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속도감 있는 추진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등 외국계 경제단체들 역시 이번 법안을 계기로 국내 투자를 철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재계 내에선 노란봉투법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저하, 일자리 위축, 경영 의욕 상실 등 향후 엄청난 파장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 산업 현장 극도의 혼란 불가피…청년세대 일자리에도 '직격탄'
16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정부 이송 절차를 거쳐 이달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바 있다. 이후 지난 9일 공포돼 내년 3월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지만 재계 내에선 벌써부터 근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 등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증폭에다가 수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란봉투법 적용이 현실화된다면 산업계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재계 내에선 법 내용의 모호성은 물론, 노사 대립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일련의 내용들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해당 개정안이 담고 있는 '사용자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한 건 물론, 만약 사용자가 교섭 의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저촉될 수 있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수십·수백 개 하청 노조가 있는데, 이들이 개별 교섭을 일일이 요구한다면 산업현장은 그야말로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로 인해 노동 현장 내 첨예한 대립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란봉투법은 대기업들에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특히 중소기업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대기업에 비해 법적 대응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특히 중소기업 같은 경우 대기업에 비해 법무법인 등 법적 분쟁 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이러한 법적 리스크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경영활동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파업 등 쟁의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금지되는 만큼, 사실상 사업 추진 여력이 사라지게 되고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하청 생태계가 복잡한 구조적 환경 속에서 자동차 같은 제조업과 건설업계 등의 부담이 증폭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명예교수는 "특히 한국GM이 국내 시장에 전기차, 하이브리드 같은 포트포리오 구축을 하지 않고 있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하도급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칫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자연스레 공사 기간은 길어져 어려움이 가중되며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명예교수는 "무엇보다 해당 법안은 청년세대들이 직격탄을 맞는 반(反)청년정책"이라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해 투자하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청년들 입장에선 미래 불확실성, 결혼을 기피하고 결국 저출산 고착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명예교수는 "노란봉두법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청년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위축된다면 청년들의 경제적 불안으로 직결되고 이는 주거난→결혼 기피→저출산 문제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사진=본인 제공]](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8/art_17579002185756_510f1e.png)
◆ 노사 갈등 넘어 '노노 갈등'까지…"노조 눈치에 골든 타임 놓칠 우려"
그는 이 외에도 하청 근로자가 원청업체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가 열리면서 자칫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번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그 범위에는 '직접 고용'에 대한 논의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직접 고용이 되면 근로자들은 고용 안전성을 보장받는 건 물론, 임금이나 복지 혜택 등에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되며, 이에 따른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 명예교수는 "공채 시험 등 절차적 정당성을 밟지 않은 직원들이 기존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기존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으며, 노노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노란봉투법은 시장경제 원리를 거스르는 법안"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조 명예교수는 이번 개정안 가운데 '노동쟁의 범위 확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정당한 노동쟁의 행위 범위를 임금과 복지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했다.
여기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이란 인수합병(M&A)이나 사업장 이전 등을 포함하며, 경영상 결정으로 고용 불안이 야기된다고 판단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 파업의 명분을 얻게 된다.
조 명예교수는 기업 경영활동 위축과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격적인 산업 대전환과 국제 통상 환경이 거칠어진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신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지만 이마저 노조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실정"이라며 "결국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고 적잖은 리스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있는데, 이는 산업현장을 무법천지로 만들며 주주들에게까지 손해를 가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줄파업'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사업경영상 결정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자 영역인데 노조가 노골적으로 개입해 쟁의 행위로 이어진다는 것은 사실상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격"이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노란봉투법은) 한국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우리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조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반기업적 법안'이라며 외국인 투자 기업들로 하여금 탈(脫)한국을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입법을 한 국가는 없다"면서 "국내에 진출한 주한 외국 기업 철수는 해외 자본이 국내시장을 이탈한다는 것으로 결국에는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염려가 크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