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농업인 조합원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형 협동조합인 농협이 현재 ‘인사·지배구조 리스크’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농협의 핵심 계열사 인사에서 발생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제기된 뇌물수수 혐의까지 겹치면서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의 신뢰마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두고 현 정권 실세와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간의 갈등이 이같은 농협에 대한 후폭풍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강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강 회장은 회장 선거철이었던 지난해 1월 전후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회장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시기 용역업체 대표가 그에게 두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하며 사업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게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강 회장이 이처럼 수사 선상에 오른 가운데 농협 계열사들에게도 잇따른 악재가 발생하고 있어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의 신뢰마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임원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로 구성된 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고위 임원 A씨 등이 연루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동대응단은 이 대통령이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지난 7월 30일 출범했다.
조사 결과 해당 임원 A씨는 최근 2년여간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주관한 11개 종목 관련 정보를 가족과 가족의 지인, 영업본부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보를 전달받은 이들은 공개매수 사실이 시장에 공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미리 사고 공표된 후 주가가 오르면 전량 파는 방식으로 2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생명은 핸드크림 판촉물 구매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됐다.
NH농협생명은 지역 농·축협에 배포할 판촉용 핸드크림 10만 세트(세트당 2만원, 총 20억원)를 지난해 12월 31일 수의계약으로 구매했으며 실제 납품 기한 내 들어온 물량은 약 절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내부 감사가 진행된 뒤 추가 물량이 채워진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NH농협생명의 20억원 규모 판촉물(핸드크림) 수의계약을 둘러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이처럼 최근 농협중앙회와 산하 금융회사에 대한 악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두고 현 정권 실세와 강호동 회장 간의 갈등이 이처럼 농협에 대한 후폭풍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2월 2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당시 이 내정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대상이어서 즉시 선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이 내정자는 취업심사를 거쳐 올해 2월 3일 농협금융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 바 있다.
당시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농협금융 차기 사령탑으로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차기 회장 후보들의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이후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회장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 전 차관은 올해 1월부터 공석이 될 농협금융 회장에 바로 취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전직 고위급 관계자는 "당시 현 정권 실세가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며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다"면서 "당시 강호동 회장의 반대로 인해 탈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인사갈등이 현재 농협중앙회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취임 이후 단행된 농협 계열사 CEO 인사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강호동식 낙하산 인사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강 회장 취임 후 대표이사 22명 중 18명이 특정 '캠프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낙하산 인사가 농협 조직의 의혹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강 회장의 '예전에 도와준 사람들 도와줘야 되는데'라는 인식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며 "그 결과 국민 권익위 종합 청렴도 4등급 강등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산하에 두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의 경우 지난 2012년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돼 독립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전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인사비위, 금융사고 등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수직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전문성 없는 인사가 금융 계열사의 수장으로 이동하면서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이어지며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에 정통한 관계자는 "농협은 선거 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중앙회장은 물론 농협의 사실상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1200개 조합장들도 선거로 선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선거에 맞춰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출직으로 그 권한은 막강하다면서 선출된 조합장들은 다음 선거에도 당선을 위해 일을 하다보니, 중장기적 성과보다는 단기성과에 중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이 있어 내부통제 등이 허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