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석구석: 공간에 새겨진 도시 변화의 서사> 시리즈는 서울의 역동적인 변화를 공간의 재구성이라는 프리즘으로 분석한다.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를 향한 도시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그 현장의 모습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도시의 물리적 변화가 개인의 일상, 경제, 문화, 심지어 정치적 지형까지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살펴봄으로써,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 20번째 장소로, 올림픽의 상징적 공간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와 하이엔드 주거가 공존하는 수직 도시로 탈바꿈 중인 송파구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송파(松坡). 소나무 언덕이라는 이름은 과거 송파나루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말해준다. 198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서울의 주요 주거지로 부상한 송파구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와 문화의 성지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올림픽 공원과 잠실 종합운동장 등 대규모 인프라는 송파구를 서울 동남권의 핵심 축으로 안착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026년 현재 송파구는 올림픽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잠실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재구조화하며 도시 공간의 질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로 대변되는 수직 도시의 완성은 송파구의 위상을 주거 중심지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잠실의 재구성, 스포츠·MICE 복합단지와 재건축 랠리
송파구 공간 변화의 핵심은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7천㎡ 부지에 조성되는 잠실 스포츠·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복합단지다. 총사업비 2조1천672억원(2016년 불변가 기준) 규모로 시작된 이 사업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설계 변경 등을 반영해 2조원 후반대까지 증액이 검토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전시·컨벤션 시설과 스포츠 복합시설, 호텔 등을 결합해 서울의 새로운 비즈니스 랜드마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송파구가 과거의 스포츠 관람 위주 공간에서 벗어나 국제회의와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생산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노후 단지들의 정비사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 5단지는 최고 70층 높이의 초고층 설계를 목표로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며 스카이라인 재편을 예고했다.
장미아파트와 신천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속도를 내면서, 1980년대 주공아파트 숲이었던 잠실은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의 경연장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는 송파구의 물리적 중심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옮겨놓았다. 타운 내 상업 시설과 업무 공간이 결합된 수직 도시는 송파구의 경제 활동 인구를 재편했다.
특히 석촌호수와 연계된 조망권은 주거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되었으며, 송파동과 방이동 일대의 노후 빌라촌이 이른바 송리단길로 불리는 로컬 상권으로 변화하는 동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송파구가 가진 풍부한 녹지 및 수변 인프라가 상업적 가치와 결합해 도시의 활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 상권은 기존 잠실역 지하상가와 방이동 먹자골목을 아우르며 동남권 최대의 소비 거점을 형성했다.
◆주거 수요의 이동과 공간 통합의 과제...교통망과 인프라의 부재
잠실 권역의 가격 상승과 고밀도 개발은 주거 수요를 송파구 전역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송파구 내 유일한 뉴타운인 거여·마천 뉴타운은 약 104만㎡ 부지를 재개발해 1만5천 가구 규모의 주거지로 재편되는 사업이다.
노후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 잠실 권역과 주거 환경 격차를 보였던 이 지역은 대규모 신축 단지들이 들어서며 새로운 배후 주거지로 안착하고 있다. 실제로 마천역 2번 출구 인근 마천4구역은 이주가 마무리돼 조만간 철거에 돌입한다.
거여동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마천, 거여동이) 지금은 좀 덜하지만, 송파구 안에서도 소외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개발이 좀 되면서 인구 유입이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라며 "위례신도시와 잠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동네 분위기가 이전보다 한결 정돈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동 흐름은 가락동 등 기존 대단지 아파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수요와 세제 개편 움직임이 맞물려 헬리오시티 등 대단지 위주로 매물은 확실히 늘어났다"라며 "잠실 권역의 가격 부담을 느낀 실거주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가락동이나 문정동, 하남 일대에 대한 문의도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규모 개발에 따른 인프라 과부하는 송파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잠실 MICE 복합단지와 초고층 재건축이 진행됨에 따라 상주인구와 유동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도 서울 내 상습 정체 구간으로 분류되는 올림픽대로 잠실 구간과 송파대로의 교통 혼잡 문제는 주민들의 주요 불편 사항이다.
송파구는 영동대로 복합개발과 연계한 광역교통 개선 대책을 추진 중이며, 탄천과 한강 변의 수변 인프라를 연결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고밀도 수직 도시와 광역 교통 체계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리느냐가 송파구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과거 올림픽의 성지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와 첨단 주거가 융합된 수직 도시로 진화 중인 송파구는 서울에서 가장 다층적인 공간 정체성을 지닌 지역이다.
전통적인 주거 가치와 미래형 산업 인프라가 조화를 이룰 때, 송파구는 단순한 부촌을 넘어 서울을 상징하는 완성형 도시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