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약 90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 시장을 둘러싼 금융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시중은행 중심으로 형성돼 온 중기금융 시장에 저축은행이 본격적으로 진입할 경우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단기간에 시장 구조가 크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은행보다 높은 데다 기업 신용평가 체계 역시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정교하기 때문에 시중은행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의 영업 범위 확대와 기업대출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개인신용대출과 소상공인 대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대상 금융 공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중소기업 대출 시장 규모는 약 9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이상이다. 사실상 은행권이 중소기업 금융을 주도해 온 셈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 전체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약 999조9,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권 전체 대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부분으로, 최근 몇 년간 800조원대 → 900조원대 규모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기업대출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확대할 경우 일부 중소기업 고객이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담보나 신용등급 기준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이 보다 유연한 대출 심사를 적용할 경우 틈새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강화로 대출 성장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기업대출과 중소기업 금융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꾸준히 증가하며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까지 중기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할 경우 금리 경쟁과 고객 확보 경쟁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기업금융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이 기업대출을 본격적으로 늘릴 경우 중소기업 금융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 시장 구조가 크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은행보다 높은 데다 기업 신용평가 체계 역시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정교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금리나 한도,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 저축은행이 시중은행과 정면 경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며 “영업망이나 자금 조달 구조를 고려해도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의 변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수요자는 결국 금리나 조건이 유리한 금융기관을 선택하게 된다”며 “저축은행이 중기 대출을 확대한다고 해도 시중은행 대출과 직접적으로 겹치는 영역보다는,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차주를 흡수하는 역할에 가까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이번 정책은 경쟁 활성화보다는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가는 수요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려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축은행이 일종의 완충 역할을 기대받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 금융 시장이 다층적인 경쟁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역할 확대가 금융권 전반의 기업금융 전략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금융은 앞으로 은행과 2금융권이 동시에 경쟁하는 핵심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규제 변화가 금융권 기업대출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