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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행에…음식료·담배株,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감' 솔솔

정기 주총 시즌 앞두고 자사주 전략 둘러싼 기업·투자자 공방 전망
자사주 활용가능성 저하에…지배구조 개편·경영권방어 제약 가능성
음식료 상장사 중 샘표·오뚜기·하림 등 자사주 비중 높아…영향 주목
빙그레·동원산업·롯데웰푸드 자사주 소각...남양유업·오리온 배당 확대
증권가 "상법 개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증시 재평가 가능"

 

【 청년일보 】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방어와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돼 온 자사주의 전략적 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자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라면 등 일부 소비재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음식료 업종 주가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제도 변화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5일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이달 6일 공포 및 시행됐다. 자사주가 대주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관행을 개선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이달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기업과 주주 간 힘겨루기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등 주당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면 동일한 이익 규모에서도 주당 지표가 높아지는 구조다.

 

다만 이번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을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 기존 전략적 활용 방식이 상당 부분 제한될 전망이다.

 

음식료·담배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도 있어 제도 변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음식료·담배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샘표로 29.92%에 달한다. 이어 오뚜기(14.18%), 하림지주(13.16%), KT&G(12.01%), 국순당(11.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편, 일부 기업들은 매각이나 자금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의 대응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빙그레는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자사주 28만6천672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발행 주식의 약 3% 규모로 소각 예정 금액은 63억8천400여만원이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26일이다.

 

빙그레 측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기취득한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각하는 것으로 자본금 감소는 없다"며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동원그룹의 사업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지난해 포괄적 주식교환과 무상증자를 통해 발생한 자사주 7천137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웰푸드는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자사주 10만주 소각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남양유업도 주주환원 확대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결산배당과 특별배당을 포함한 약 112억원 규모의 배당안을 제62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결산배당 규모는 약 30억원으로 배당성향은 42.25%다. 또한 남양유업은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도 체결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약 31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은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그룹도 배당 확대에 나섰다. 오리온은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천500원에서 3천500원으로 늘렸고, 오리온홀딩스도 800원에서 1천100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배당 규모는 지난해보다 577억원 증가한 2천46억원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향후 국내외 투자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늘려 성장 기반을 확대해갈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주주가치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과 주주환원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T&G는 배당 성향 5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될 경우 연중 자사주를 탄력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총주주환원율 100% 이상을 달성하고 연간 6천원 수준의 주당배당금 우상향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 매각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약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해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삼양식품 측은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건전성 증대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여부와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샘표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큰 방향 속에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뚜기 관계자 역시 "현재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나 소각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며 "자사주 운용은 향후 제도 변화와 회사의 재무 상황, 주주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음식료 업종의 경우 안정적인 실적과 수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라면 등 일부 소비재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시장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화장품·음식료 업종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지난해 한국 화장품 및 라면 수출액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추정치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상법 개정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해창·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3단계 상법 개정 완료는 K-디스카운트의 종료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두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뿐 아니라 백기사(우호적 기업) 활용과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 금지 등 조치가 동반되면서 자사주의 대주주 지배력 방어를 위한 우회 활용이 차단됐다"고 짚었다.

 

이어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른 가격 상승과 함께 동일한 기업가치와 배당 총액에서도 주당순이익(EPS)과 주당배당금(DPS)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자사주 매입이 실질적인 발행주식 수 감소로 이어져 주식 고유가치를 높이는 글로벌 표준으로 회귀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기업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후 분기 실적 발표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보이는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거버넌스 개선 입법은 자사주 의무 소각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 누르기 방지법, 중복상장 규제 관련 법안이 우선 과제로 언급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법개정안 통과와 추가 거버넌스 개선 흐름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강화되며 코스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상법 개정이 증시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신용평가업체들도 관련 변화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상법 개정 논의 이후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배당 확대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물적분할과 중복상장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거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등 상장 전략을 재조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다만 일부 기업의 경우 3차 상법 개정을 앞두고 자기주식 활용 제한 가능성을 고려해 교환사채(EB) 발행을 단기간 확대하는 모습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주주의 전횡이나 불합리한 구조 개편, 중복상장 등은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해해 온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상법 개정을 통해 상장기업의 가치 제고와 시장 투명성 강화가 정착될 경우 기업의 주식시장 기반 자금 조달 여건 역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 수석애널리스트는 소수주주 권한 강화가 자금 조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소수주주 권한이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대주주 의사에 따라 비교적 쉽게 활용되던 유상증자나 제3자 배정 등 일부 주식 기반 자금 조달 수단은 절차적·정책적 제약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자금 조달 환경에서는 단순히 시장 여건에 기대기보다 조달 목적의 합리성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와의 연계성이 보다 엄격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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