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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세포배양식품 시장 확대…하이브리드 식품·소재 산업 부상

배양육·식물성 단백질 결합한 '하이브리드 식품' 부상…가격·소비자 장벽 동시에 낮춰
"한국, 완제품보다 배지·성장인자·스마트 바이오리액터 등 소재·장비 산업 선점해야"

 

【 청년일보 】 미래의 식탁을 책임질 핵심 기술로 꼽히는 세포배양식품 시장이 인공지능(AI)을 만나며 새로운 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동물을 직접 사육하고 도축하는 대신 실험실에서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세포배양식품이 AI 기반 생산 기술과 결합하면서, 생산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산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8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표한 'AI 기반 세포배양식품 산업 동향 및 시사점' 브리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들은 세계 세포배양식품 시장이 2025년 약 12억달러에서 2035년 약 27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36.3%에 달한다.

 

아직 초기 시장에 불과하지만, AI가 세포배양식품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높은 생산 비용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상용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세포배양식품과 식물성 원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양육에 콩 단백질 등 식물성 원료를 혼합해 만드는 방식이다. 고가의 배양 세포 사용량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완전한 배양육보다 심리적 거부감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일부 글로벌 스타트업들은 닭고기나 소고기 세포를 식물성 단백질과 혼합한 제품을 소규모 시장에 선보이며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제품이 세포배양식품의 대중화를 이끄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는 이 같은 변화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세포배양식품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세포를 선별하는 '세포주'와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는 '배지'다. 세포주는 대량 배양에 적합한 세포 집단을 뜻하며, 배지는 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담은 일종의 '세포의 밥'이다.

 

문제는 어떤 세포를 선택하고, 어떤 영양 조합을 만들어야 생산성과 비용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사람이 일일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I는 방대한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잘 자라는 세포를 예측하고, 최적의 배지 조성을 자동으로 찾아낸다. 이를 통해 생산 기간은 줄이고, 실패율은 낮추며, 전체 제조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에서는 AI 기반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이 이미 판매 승인을 받으며 제도적 신뢰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이 세포배양식품 산업의 상업화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가장 앞서 있다. 현재 글로벌 세포배양식품 시장의 약 58%를 차지하는 북미에서는 AI를 활용해 와규 소나 양고기 유래 세포주를 분석하고, 고품질 배양육을 개발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히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을 넘어, 프리미엄 식재료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기업 구메(Gourmey)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생산 공정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뒤, 다양한 조건을 미리 시험해 보는 기술이다. 구메는 이를 통해 조류 세포를 활용한 배양 푸아그라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멀터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AI를 활용해 세포 배양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쓰이지만 가격이 매우 비싼 '소태아혈청(FBS)'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소태아혈청은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 성분이 풍부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윤리적 논란도 있는 소재다.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세포배양식품 산업의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AI 기반 세포배양 기술 연구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바이오 장비 기업 마이크로디지탈은 AI가 최적의 배양 조건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일회용 바이오리액터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리액터는 세포를 대량으로 키우는 탱크 형태의 장비로, 세포배양식품 생산의 핵심 설비다. 기존에는 연구자가 온도와 산소, 영양분 등을 수작업으로 조정해야 했지만, AI를 적용하면 가장 효율적인 조건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다.

 

풀무원은 글로벌 로봇 기업 ABB와 협력해 수산 세포배양 과정에 AI 로봇 자동화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수산 배양식품은 어류 남획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샘표식품 역시 AI 푸드테크를 활용해 세포배양에 최적화된 맞춤형 첨가제 개발과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문제는 AI의 '블랙박스' 특성이다. AI가 어떤 근거로 특정 세포주나 배지 조성을 선택했는지 사람이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식품은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인 만큼, AI의 판단 과정을 검증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 확보도 걸림돌이다. 기업들은 세포주와 배지 조성, 생산 공정 데이터를 핵심 영업비밀로 간주하고 있어, 업계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축적이 쉽지 않다. AI의 성능은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산업 생태계 차원의 데이터 공유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완제품 브랜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배지와 성장인자, 공정 기술, 스마트 바이오리액터 등 '소재·장비 산업'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규모 브랜드 경쟁에서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 밀릴 가능성이 크지만, 핵심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전통 발효 기술과 IT·자동화 기술을 결합한다면, AI 기반 생산 최적화 시스템이나 차세대 바이오리액터 같은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세포배양식품 산업이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를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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