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메리츠금융그룹이 서울역 일대 복합개발 사업인 ‘이오타2 프로젝트’에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좌초 위기에 놓였던 사업에도 숨통이 트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올 1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이후 본 PF 전환 실패와 투자자 확보 난항으로 사업 지속 가능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투자 심의가 아직 남아 있는 등 자금 조달은 완결되지 않은 상태다. 기존 대출 규모를 감안하면 추가 자금 확보도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 복수의 금융기관과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이번 투자가 프로젝트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리파이낸싱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다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오타2 프로젝트에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총 3천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가 분담하는 구조다. 메리츠증권은 내부 투자심의를 마친 반면 메리츠화재는 아직 심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및 메리츠화재에서 총 3천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자금 투입은 올 1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며 사실상 좌초 위기에 몰렸던 프로젝트에 일정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오타2 프로젝트는 그동안 본 PF 전환에 번번이 실패하며 브릿지론 연장을 반복해왔고, 투자자 확보 난항으로 사업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린 바 있다.
초기에는 잡음이 발생하며 일부 투자 검토가 중단되는 등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금융구조를 재편하고 투자 조건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메리츠 참여 역시 조건부 투자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메리츠의 이번 참여를 두고 위험을 감수한 공격적 투자라기보다 구조를 통제한 상태에서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선순위로 참여해 회수 우선권을 확보한 데다 기존 대주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금리와 담보 조건을 유리하게 설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기관들이 부담을 느끼고 빠진 구간에 들어간 대신 그만큼 높은 수익 조건을 확보했을 것”이라며 “겉으로는 위험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통제 가능한 구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스크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부동산 PF 시장이 저점을 지나 점차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한 잠재적 수익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과거 메리츠증권은 2022년 말 P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국면에서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당시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선순위 자금을 투입해 수익을 거둔 사례가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투자 역시 비슷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약 1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참여해 이 중 약 9천억원을 선순위로 투입했다. 나머지는 롯데 계열사가 후순위로 참여하는 구조였다.
당시 P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다른 금융기관들이 참여를 꺼리는 가운데 이뤄진 투자로, 시장에서는 위험도가 높은 딜로 평가됐다. 하지만 메리츠는 선순위 지위를 통해 회수 우선권을 확보하고 두 자릿수 금리를 적용하는 구조를 통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시장에서 부담을 느끼던 구간에 들어가 높은 금리와 우선순위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번 투자 역시 유사한 구조에서 수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같은 딜이라도 금융사별 리스크 관리 기준과 투자 성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메리츠는 이를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의 참여로 이오타2 프로젝트의 숨통은 트였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히 적지 않다. 현재 선순위 자금은 메리츠증권이 맡고 후순위에는 대명소노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명소노의 경우 약 70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서를 제출했다.
기존 선순위 대출 규모가 4천800억원인 상황에서 메리츠 자금 3천600억원만으로는 전액 상환이 어려운 만큼 추가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복수의 금융기관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 내부에서도 투자 확정 여부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투자심의를 마쳤지만 메리츠화재는 아직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선순위 자금의 일부조차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프로젝트 정상화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EOD 발생 이후 대주단 재편과 신규 투자자 유치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핵심적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사업 중단 시 양측 모두 부담이 적지 않은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소식 역시 사업 정상화 기대감을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향후 일정 역시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브릿지론 만기 시점은 고정된 일정이 아니라 리파이낸싱 진행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브릿지론 만기 이전에 공사비 조달을 위한 본 PF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될 경우 다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에선 브릿지론이 만료되기 전에 공사비에 쓰일 본 PF를 조달할 예정인 걸로 안다”며 “브릿지론 만료 시기는 이지스자산운용에서 리파이낸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오타2 프로젝트는 이번 메리츠 참여로 급한 불은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본 PF 전환과 추가 자금 확보 등 핵심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기존 선순위 대주인 KB국민은행과 대주단은 오는 10일 해당 사업장의 공매 공고를 진행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선 가급적 공매 이전에 EOD가 해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 봉합에 그칠지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후순위 투자자 유치 등으로 겉으로는 구조가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금 조달이 완결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리파이낸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다시 위기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