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네 번째 부분 파업에 돌입한 한국GM을 비롯해 기아차와 르노삼성차까지 완성차 업계의 도미노 파업 우려가 결국 현실화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오는 24∼27일 주·야간 근무조의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또한 생산특근과 일반특근 거부도 실시한다.
기아차는 이번 부분파업으로 지난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7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파업하지 않을 경우 성과급 150%와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 이유에 대해 ‘사측이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의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사측이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을 뿐 노조 측 교섭단이 결단할 수 있는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교섭은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번 노조의 파업 결정으로 발목이 잡히게 됐다.
기아차 국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캐파)이 148만대가량임을 고려해 하루 평균(연간조업일수 255일 가정시) 5800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이번 나흘간의 부분파업으로 1만16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보다 먼저 파업에 들어간 한국GM은 사측이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예정됐던 2100억원대 규모의 인천 부평공장 투자 계획의 보류에 이어 대주주인 미국 GM이 ‘한국 시장 철수’를 시사하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GM은 노조가 쟁대위 결정대로 20일까지 부분파업을 하게 되면 부분파업 일수는 지난달 30일부터 총 12일이 된다. 여기에 잔업·특근 거부까지 맞물려 있어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만 2만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차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종규 현 노조위원장이 지난 9일 연임에 성공한 이후 노조가 사측의 정비지점 매각 추진에 반발해 강경 투쟁을 예고하면서 파업 조짐이 보이는 등 노사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노조는 “르노삼성차는 최근 7년간 영업이익이 1조9000억원이지만 현장은 높은 노동강도에 아우성치고 회사는 어떻게든 인력 줄일 생각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미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는데, 임단협 교섭에 앞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의 올해 임단협은 지난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