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인플레이션 공포···코로나 19 이후 '퍼펙트 스톰' 가능성 고조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본격화···철광석·구리·철 가격 사상 최고 수준 기록
노동력 부족 기업 임금 인상 압력 직면··인플레이션 부르는 '악순환' 우려

 

【 청년일보 】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계에서는 이를 심각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가치 하락과 국제 유가 및 곡물가격 급등의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데, 최근 이 같은 우려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대유행(팬데믹)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CNN 비즈니스는 9일(현지시간) '퍼펙트 스톰이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을 더 비싸게 만들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거의 모든 곳에서 물가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비즈니스는 최근의 물가급등이 퍼펙트 스톰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팬데믹 초기에는 상점이 문을 닫고,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고, 수요는 급감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부양책 등으로 수요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공장 문을 닫고 근로자들을 내보낸 기업들이 다시 인력을 채용하거나 원자재 확보에 나서야 하는 만큼 수요 증가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자동차다. 팬데믹으로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자동차 생산을 줄였고,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주문도 감소했다. 반도체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대신 코로나 19로 인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기 등 IT업계로 물량을 돌렸다.

 

이후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됐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업계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포드, 폭스바겐, 닛산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을 줄이거나 어쩔 수 없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또 다시 중고차 가격 인상 요인이 됐다. 저금리와 부양책으로 인해 가계의 중고차 수요가 늘고, 코로나 19 때문에 대중교통과 카풀을 가급적 피하려는 점도 중고차 수요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4월 기준 중고차 및 트럭 가격은 전달 대비 10% 이상 급등하면서 1953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1% 올랐다. 그리고 이는 미국 소비자물가의 전반적인 상승 요인이 됐다.

 

경제 회복으로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 붐은 알루미늄과 구리 등의 금속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모델3의 가격을 2000달러(약 220만원) 인상했다.

 

특히 자동차·주택·가전제품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철광석과 철 가격은 최근 수 주간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각종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변화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최근 1년간 60% 상승했다.

 

기업들은 원자재 등의 물품을 다시 채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 줄어든 선적 컨테이너, 그리고 항구 등에서의 각종 장애는 물품 수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하면서 엿새간 운하 통항이 중단됐고, 이후 해상운임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커 집단인 '다크사이드'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으면서 미국은 휘발유 공급에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 동부 해안 일대에 공급되는 휘발유의 45%를 책임지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멈춰서자 당시 시민들은 사재기에 나서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지난달 말에는 세계 최대 정육업체 중 한 곳인 JBS SA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호주와 북미의 일부 작업장 운영이 중단됐다. JBS SA는 곧 작업장 운영이 정상화됐다고 밝혔지만 이번 혼란이 정육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뭄으로 인해 브라질·태국·유럽은 곡물생산에 타격을 받았고,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출 물량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1년 전 대비 40% 가량 올랐다.

 

제품 가격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네슬레와 유니레버 등의 식품업체는 이미 특정 품목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특히 몇 몇 산업에서의 노동력 부족은 기업들의 임금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기업이 임금을 올리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이는 또 다시 인플레이션 요인이 돼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CNN 비즈니스는 최근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팬데믹의 일시적 부산물일지, 아니면 기업 비용의 영구적 상승 요인이 되면서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다만 지금 확실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돌아왔고,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