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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의도공원내 노숙투쟁에 나선 택배노조...투쟁인가 일탈인가

 

【 청년일보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여의도공원 만남의 광장에는 ‘투쟁’이라는 울림이 퍼졌다. 이날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 4천여명이 과로사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 투쟁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택배 노조원들은 각 지회의 깃발을 내세우고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만들어 "노동자를 죽이는 분류작업 끝장내자", "거짓말쟁이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는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 집회를 이어갔다. 해가 떠 있을 동안은 말이다.

 

지난 15일 오후 9시 쯔음 다시 집회 현장을 찾은 기자는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4천여명이 질서있게 주먹을 들던 사람들과 가지런히 정렬되있던 깃발들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나 거리두기는 아랑곳 하지 않은채 서로 밀착돼 있는 사람들과 중형 텐트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술까지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탈(?)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더구나 마스크를 빼고 집회 장소를 휘젓고 다니고, 턱에 살짝 마스크를  걸친 채 목소리 높이는 사람도 적지않았다.

 

금연구역인 여의도공원 풀숲에 수명씩 모여 담배를 피우는 광경도 목격됐다. 여의도공원 옆 인도에는 아예 빈 깡통을 가져다 놓고 무질서하게 흡연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시위현장 바로 옆에는 경찰들이 대기 중이었지만 경찰들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늦은 시간 기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방문했지만 시위 현장의 광경을 보고 급히 장소를 벗어났다. 되레 그들의 목소리보다는 이 시국에 정부가 집회시위를 허가해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집회 허가 없이 택배노조가 시위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관할서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5일 해당 집회와 관련해 “다수 인원 집결 시 감염병 확신 위험이 있음을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노조가 집회를 강행했다”며 “택배노조 집회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예방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엄정히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능수사과장 등 16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집회 현장에서의 위법 사항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경찰은 “강제 해산은 위험할 수 있어 직접적 위력행사가 없는 한 현행범 체포는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집회를 16일까지 강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집회가 끝나고 2주 후 어떤 상황이 야기될 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4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올 상반기 목표였던 1300명을 돌파했다. 또한 내달 거리두기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때 택배노조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배송지연 확산만이 아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듯 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택배서비스 사업 폐지를 검토 중이며, 올 하반기까지 소포업 전환을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우체국 택배 브랜드가 폐지될 경우 약 3천여명의 위탁배송원들은 실직을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여러 변수와 상황을 감안하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투쟁에 나섰다고 주장할런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는 성숙한 모습으로 비춰져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요컨데 자신들의 생존권이 중요한 만큼 국민들의 생존권 역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하고, 법 질서를 훼손해가면서 자신들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하는 건 집단 이기주의로 비춰질 뿐이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힘든 시기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법 질서를 훼손하는 시위현장을 볼때 택배노조는 정부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작 자신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 청년일보=정은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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