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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순규 씨 추락사고 597일...한 청년의 '가치관'도 '삶'도 짓밟은 경동건설

고 정순규씨 사망사고 약 600일...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 4개월 집유 1년
건설 하청업체 JM건설 현장소장 등 2명에는 징역 6개월에 집유 1년 '불과'
재판부 “목격자 없으나, 피해자의 책임도 일부 있을 것”...유족들 "강력반발"
강은미 의원 ”조작된 사고현장에 기관별 조사 결과도 제각각" 재조사 요구
유족측, 경동건설의 안전·관리 책임회피 '비난'..."문서 날조까지 일삼아” 지적
검찰, 사고 수위 따른 구형에 비해 낮은 선고결과...유족들 “수용 못한다” 울분
故 정순규씨 아들 정석채씨 "20년이 걸려도 아버지의 죽음 진상 밝힐 것" 각오

 

【 청년일보 】 경동건설 시공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故정순규 씨 사고와 관련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인 JM건설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3명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유족은 선고 결과에 항의하며 반발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서근찬 판사는 1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동건설 안전관리자 1명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JM건설 현장소장 등 2명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경동건설과 JM건설 법인에 대해 각 벌금 1천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례를 보면 원청이 하도급을 맡기더라도 현장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故정순규 씨의 사고 발생 시, 사고 경위 목격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사고 발생 경위 목격자는 없지만 사고 당시 피해자 책임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경동건설과 JM건설 직원에게 금고 1년~징역 1년6개월, 경동건설 및 JM건설 법인에 각 1천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 경동건설 故정순규 씨 추락사고 개요

 

지난 2019년 10월 30일 오후 1시 5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 된 임시 가설물인 ‘비계’에 올라 옹벽에 박힌 철심 제거 작업을 하던 정순규 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는 목격자도, CCTV도 없었다. 그럼에도 최초 신고자는 소방서에 정 씨가 1m 높이에서 추락했다고 신고했고, 원·하청 직원들은 2m 높이의 수직사다리를 이용하다 추락사했다고 주장했다.

 

故 정순규 씨의 유가족과 경찰은 정 씨가 4.2m 높이의 구조물(비계)에서 핸드그라인더로 철심 제거작업을 하다 안전난간 안쪽으로 추락했다고 파악했다. 사고 현장에는 정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핸드그라인더가 떨어져 있었다.

 

거기다 유가족은 정 씨의 머리에 난 커다란 자상을 비롯해 멍투성이인 몸, 찢어진 작업복, 안전모에 긁힌 자국 등은 2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생긴 것으로 보기에는 심각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는 안전 그물망도, 안전고리도 없었다.

 

정 씨의 사망선고를 받은 직후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찾았으나 회사 직원이 이를 저지했다. 이후 같은해 11월 3일, 세번째 방문으로 확인한 사고 현장은 119구조대가 출동 당시 찍은 사진이나 정 씨가 사고 전에 찍은 사진과는 확연히 다르게 완벽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져 있었다.

 

사고 당시 설치된 비계 발판과 벽 사이 간격은 45cm로 공간이 띄어져 있었으나 비계가 벽쪽으로 밀어 넣어졌고, 안전 그물망이 설치됐다. 클램프 등 부품들은 새 제품으로 교체됐으며 없던 계단대가 새로 생겼다.

 

이에 더해 원·하청 직원들이 사고 발생 원인으로 주장하던 수직사다리는 철거됐다. 정 씨 유가족은 사건 현장 자체를 훼손된 데 이어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는 시도로 봤다. 원청인 경동건설은 추락사고의 원인을 정 씨의 과실로 몰아갔다.

 

더욱이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정 씨가 2m 높이의 수직사다리에서 떨어졌다는 원·하청 직원들의 주장으로 고개를 틀었다. 부산노동청은 검찰에 제출한 기소 의견서에 “고인이 2.15미터인 외부 비계 2단 작업발판 위에서 발판과 난간대 사이로 나와 수직사다리로 내려오는 도중 몸의 균형을 잃고 바닥에 추락했다”고 기재했다.

 

 

◆ JM건설 “우리가 죽였느냐”...유족 상대로 고소, 결국 ‘무혐의’

 

정 씨 유가족들은 경동건설 대표이사는 병문안은 물론 사망 후에도 조문조차 오지 않는 무책임을 일관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당시 빈소를 방문한 JM건설 권 모(某) 이사는 유족의 울분에 “우리가 죽였느냐”는 등 적반하장식 대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격분한 정 씨의 처남 A씨는 분개한 나머지 JM건설 관계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등의 험악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를 두고 JM건설 측은 유족을 상대로 감금‧폭행‧협박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한 유가족이 폭력배를 동원해 2억원 위로금을 주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7월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정의당 강은미 의원 “사망원인 조사,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지난해 10월 15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경동건설 故정순규 추락사’ 국정감사 진행했다. 강 의원은 ”적은 비용으로 안전조치가 가능한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사고 다음 날인 2019년 11월 1일 하루 동안 현장 조사가 진행된 후 2일 비계 위치를 옹벽 쪽으로 이동하는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며 ”유족들이 안전조치로 바뀐 사고 현장을 보고, 기관별로 제각각인 조사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강 의원은 “노동부와 경찰 조사 결과가 다르다”며 “당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정씨가 3.8m 높이에서 안전난간 밖에서 비계 바깥쪽 사다리를 밟는 순간 몸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 반면 부산경찰청은 발판이 없는 2단 비계에서 추락 방지 안전고리 없이 철심 제거 작업을 하던 중 4.2m 아래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 유족들 “경동건설, 안전·관리 책임 회피 위해 문서 날조까지 일삼아”

 

한편 정 씨 유족들은 “경동건설과 부산노동청, 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경찰청 등이 재해발생원인을 모두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검찰은 부산노동청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소했다”며 “또한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현장을 훼손하는 행위가 자행됐고, 사측이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의 사인을 조작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故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는 지난해 10월 30일 경동건설의 ‘변호인 의견서’를 열람하던 중 경동건설 측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보게 됐다. 지정서에는 아버지인 故 정순규 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에 안전·관리 책임이 고인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석채 씨는 아무리 살펴봐도 지정서의 필적이 아버지의 필체와 서명이 아니었고, 이에 필적감정 전문기관에 의뢰했다고 전했다. 이후 같은해 11월 9일 필적 감정 결과 허위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는 “필적감정 전문기관은 고인의 여권, 수첩 등과 비교해 필적을 살폈고, 글자와 숫자, 서명까지 모두 고인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경동건설이 아버지에게 안전관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사문서 위조해 법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 故 정순규 씨 아들 정석채 “10년, 20년이 걸리든 아버지 죽음 진상 밝힐 것”

 

지난 16일 재판을 마친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故정순규 씨의 유족은 선고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듯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며 유족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故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는 "재판부가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며 "결코 1심 선고 결과를 수용할 수 없고, 검찰이 항소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향토기업인 경동건설은 부산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건물을 짓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 많은 사고가 벌어질 것"이라며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을 위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석채 씨는 아버지의 사고 이후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씨는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아버지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가 실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운동본부는 “구형전 경동건설과 하청업체는 입에 발린 사과와 함께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본인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말로 유족들을 분노케했다”며 “시간이 멈춰버린 故 정순규 님의 유족들을 다시한번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아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으로,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의 진상 규명에 대한 절규와 사고 책임자인 해당업체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간절함이 녹아있다.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귀 언론사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9년 10월 30일, 경동건설이 시공하는 문현동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故 정순규님이 추락하여 사망하셨습니다. 유족들은 고인을 떠나보낸 후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온갖 노력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는 故 정순규님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제대로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유족과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올해 1월 13일 형사재판 1심 선고 판결을 앞두고 갑자기 선고가 연기되었습니다. 재판부와 담당검사도 변경되어 몇 차례의 심리가 진행되었고 5개월만인 6월 16일 1심 선고가 진행됩니다. 재판과정을 통해 관리감독지정서 사인이 고인의 것이 아니라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서 하청업체 소장이 써준 것임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고인이 관리감독자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그 책임을 고인에게 떠넘기던 경동건설과 하청업체는 이제는 서명하는 것을 귀찮아 했던 고인의 탓으로 돌리기에 바빴습니다. 또한 공소장의 변경이 있었으나 사망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바깥 사다리로 내려오다가 추락했다는 이전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보완했을 뿐 유족이 끊임없이 문제제기했고, 경찰조사 과정에서도 확인한바 있는 사고원인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었습니다. 결국 1월로 예정되었던 선고전 구형과 5개월이라는 시간을 소비한 후 내린 검사구형량은 다르지 않습니다. 내용이 달라질 것이 없으니 구형이 달라질리 만무합니다. 경동건설 및 하청업체 안전관리 책임자 및 현장소장들에 대해서 1년 6월의 징역과 1년의 금고, 경동건설과 하청업체에 각 10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습니다. 선고에서 집행유예와 반토막난 벌금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는 故 정순규님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는 내용으로 6월 9일(수)부터 매일 낮 12시에서 13시까지 동부지원앞에서 유족과 함께 1인시위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선고당일인 6월 16일(수)에는 선전전과 방청을 진행한 후 선고결과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10년이든, 20년이든 아버지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가 실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싸우고 있는 유족들이 있습니다. 구형전 경동건설과 하청업체는 입에 발린 사과와 함께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본인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말로 유족들을 분노케했습니다. 2019년 10월 30일로 시간이 멈춰버린 故 정순규님의 유족들을 다시한번 기억해주십시오.

 

부산지역 토착기업인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故 정순규님 사망사고에 대해서 부산지역의 언론의 관심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부산지역 언론사들의 더 많은 관심과 취재, 보도를 요청드립니다.

 

【 청년일보=정은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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