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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사법부 규탄, 검찰 항소 촉구”...경동건설 故 정순규 씨 산재사망

故 정순규 씨 산재 사망 사건...항소 요구 기자회견
“목격자 없는데, 실수로 추락...판사가 어찌 압니까”
“즉각 항소, 국민 안전 보장”...97개 단체, 공동 서한

 

【 청년일보 】 “살인기업 경동건설, 제대로 처벌하라. 故 정순규 산재사망 집행유예 면죄부를 부여한 사법부, 강력 규탄한다. 검찰, 즉각 항소하라”

 

지난 2019년 10월 30일 오후 1시 5분께 부산 남구 경동건설 시공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故 정순규 씨 유가족들은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 삼거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故 정순규 씨의 유가족과 또 다른 산재사망사고 피해 유가족, 그리고 강은미 정의당 의원,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오민애 변호사, 이주희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16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서근찬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동건설 안전관리자 1명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JM건설 현장소장 등 2명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경동건설과 JM건설 법인에 대해 각 벌금 1천만원을 명령했다.

 

노동계 등 일각에서 경동건설과 하청업체인 JM건설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총 3명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이 검찰이 경동건설과 JM건설 직원에게 금고 1년~징역 1년6개월, 경동건설 및 JM건설 법인에 각 1천만원의 벌금을 구형한 것에 한참 못 미치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재판부가 양형 이유로 "사고 발생 경위 목격자는 없지만 사고 당시 피해자 책임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민변 오민애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은 분명했다”며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정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는 재판부의 판단을 질타했다.

 

오 변호사는 “사고 직후에 안전망 등 안전장치를 설치한 것은 사전에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을 정한 이번 판결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지속해 온 故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는 “유족이 발 벗고 나서서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경동건설의) 위조서류를 전문 기관에 맡겨 위조임을 사법부에 제출해도 부산 사법부는 경동건설을 보호하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씨는 검찰에게 “패륜적인 경동건설의 악행들과 증거들을 유족들이 얼마나 더 찾아서 제출해야 하나”며 “즉각 항소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정 씨는 “목격자가 없다면서 고인이 실수로 추락했다는 걸 판사가 어찌 압니까”라며 한탄했다.

 

 

 

한편 이날 오후,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 9개 산재·재난 참사 피해자 단체, 32개 종교계, 50개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총 97개 단체는 경동건설 추락사망사고 1심 판결과 관련해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즉각 항소’와 ‘국민의 안전 보장’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다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동 서한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의 과실을 들어 형량을 정하는 것은 결국 사고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사고 직후 안전장치를 설치하였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솜방망이 판결이 된 것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다시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고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과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수사 단계부터 엄중히 다루고 엄벌을 구형하여 ‘국민의 안전 보장’이라는 검찰의 첫 번째 사명을 다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아래는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故 정순규 유가족의 기자회견문과 97개 단체의 공동서한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산재 사망 책임자 전원 집행유예, 사법부 규탄한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라!

-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님 산재 사망 사건 항소 요구 기자회견 -

 

검찰은 고 경동건설 솜방망이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하라!

지난 16일, 2019년 10월 건설 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고 정순규 님의 1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원청업체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제이엠 건설 이사에게 모두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경동건설 안전 관리 책임자에게 금고 4개월・집행유예 1년, 원・하청업체 법인에는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제이엠 건설 이사에게 각각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검찰의 구형에도 한참 못 미치는 황당한 판결에 유족은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재판부의 판결은 사실상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2차 가해이자, 기업의 입장만을 수렴한 일방적인 결정입니다. 이것은 이번 재판부가, 나아가 대한민국 사법부가 끊임없는 기업살인의 공모자임을 자인하는 고백이나 다름없습니다.

부산지방법원과 서근찬 판사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경위 목격자는 없지만, 사고 당시 피해자 책임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면죄부에 대한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산재 사고의 최종 책임이 안전 관리 감독 주체인 기업에게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황당한 양형 기준으로 유가족 가슴에 다시금 대못을 박은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아울러, 검찰이 이 어처구니 없는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명백히 현장 안전 관리 책임 부실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임에도 재판부는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부산지법의 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검찰은 즉시 자각해야 합니다.

경동건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현장에서 안전 관리를 팽개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노동자들을 안전망 없는 죽음의 비계 구조물로 몰아넣고 있는 명백한 살인기업입니다. 도저히 자사 책임 현장의 산재 사망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기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에게 솜방망이 처벌 집행유예 판결은 ‘건설노동자 살인면허’나 다름없습니다.

단 몇 만원짜리 안전 그물망과 안전고리만 있었더라면 고 정순규 님은 죽지 않았습니다. 사고 직후 고인이 일하던 현장의 비계 구조물을 건물벽에 바싹 붙이고, 그제서야 안전망을 설치한 경동건설의 조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즉, 이전부터 충분한 안전 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누군가 죽어나갈 때까지 책임을 유기해왔던 것입니다. 이런 기업에게 면죄부는 가당치 않습니다.

재판부는 2년 가까이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자 했던 고 정순규 님 유가족들의 희망을 좌절시켰습니다. 법적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사법부에는 재발을 방지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판결이 지속된다면 노동자들은 지금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매일 죽어갈 것입니다.

알고도 안전 관리를 외면한 기업의 악행과 그들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노동자와 유가족을 외면하는 재판부를 규탄합니다! 

고 정순규 님 죽음의 책임을 밝히고 책임자에 대한 마땅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찰이 즉각 항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우리 소중한 남편이자 아버지를 억울하게 죽게 만든 경동건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합니다.

 

[공동서한문]

 

검찰총장님께.

‘국민중심 검찰’이 되기 위해 노고가 많으십니다.

우리 산재・재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6월 16일 경동건설 추락산재사망사고 1심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원청과 하청 관리자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징역 6개월과 4개월 금고형이라는 낮은 형을 선고하고, 그마저도 집행을 유예했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회사 측의 벌금은 고작 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검찰의 즉각 항소를 요청합니다.

안전장치가 없던 현장을 은폐하고, 작업자의 과실로 몰아가는 사측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합니다.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의 과실을 들어 형량을 정하는 것은 결국 사고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사고 직후 안전장치를 설치하였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말입니다. 제대로 다시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고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은 ‘OECD 산재사망률 1위 국가’, ‘산재 공화국’ 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고 김용균 산재사망 사고 이후 ‘일상에서 안전하게 살고,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재사망 사고는 수십 년째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관행과 기업 봐주기식 처벌의 결과입니다.

산재사망사고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음으로 예견된, 중대범죄입니다.

사람을 죽어나가게 하고 남은 가족들을 평생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하는 악질범죄입니다.

 

대통령과 행정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합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습니다.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한, 산재・재난 참사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죽음의 행렬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검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듦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검찰의 사명’ 중 첫 번째 사명입니다.

수사 단계부터 엄중히 다루고 엄벌을 구형해야, 죽지 않아도 될 소중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검찰은 말 그대로 ‘안전한 사회를 만듦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 최고 법집행 기관으로서 사명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2021년 6월 21일

 

산재・재난 참사 피해자 및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정당 드림

 

● 산재・재난 참사 피해자 단체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김용균재단, 2.18안전문화재단,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고 김재순 노동자 유가족, 산재피해 가족모임,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산재사망대책회의,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 종교계

- 천도교 : 천도교 한울연대

- 원불교 : 사회개벽 교무단,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원불교인권위원회

- 불교 :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 천주교 등

가톨릭노동상담소, 공동선실현사제연대, 대전가톨릭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모니카의집, 부평3동성당,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수녀원 수원관구 JPIC, 영등포산업선교회, 인보성체수도회,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부산교구 노동사목,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천주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의정부교구 청년성령기도회,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정의구현부산사제단,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섭리수녀회, 파티마의성모프란치스코수녀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JPIC,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위원회

 

●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사)노동인권연대,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공공교통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광주장애인부모연대,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 지킴이(준), 구월지역아동센터, 권리찾기유니온, 금속노조, 노동당 부산시당, 노동도시연대, 노동승리 노동법률사무소, 노란조끼봉사단,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대안문화연대, 미래당 부산시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부산기후용사대, 부산온배움터, 부산퀴어문화축제, 사단법인 노란들판, 사회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생명안전 시민넷, 손잡고, 시흥시 두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안전사회시민연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이윤보다인간을, 인권교육센터 ‘들’, 장애여성공감, 장애해방열사_단, 전교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의당,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종교 환경회의,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보 3.0, 진보당 부산시당, 참여연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전국학부모회, 프로그레시브 코리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화성동부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환경보건시민센터

 

 

【 청년일보=정은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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