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하는 '디지털세' 합의안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디지털세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726/art_1625206110344_068ef0.jpg)
【 청년일보 】 디지털세는 특정 국가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서비스 매출을 기준으로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과거에는 없던 과세 체계로 당초 유럽연합(EU)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을 겨냥해 등장한 것이다.
디지털세는 기업의 매장이나 공장 대신 '디지털 사업장'이라는 개념을 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본사를 등록한 나라에 이익을 낸 만큼 법인세를 내는데, 디지털세는 본사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디지털서비스 매출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9년 7월 프랑스가 세계 처음으로 제도화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세금 제도를 시행하지 말라며 보복관세로 맞서 시행이 미루어져 왔지만 오는 2023년부터는 세계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세계 139개국의 논의를 통해 최종 합의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해 구성한 139개국간 협의체 '포괄적 이행체계(IF)'는 1일 온라인으로 제12차 총회를 열어 130개국으로부터 필라(Pillar) 1·2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필라1은 글로벌 IT 기업이 매출을 올린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고, 필라2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최저한 세율'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날 합의된 내용은 오는 9~10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그리고 10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후 내년 다자협정 서명을 거쳐 2023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과거 제조기업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생긴 '국제조세조약'의 경우 이익을 낸 기업은 본사나 공장 등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거두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공장을 돌리지 않는 소프트웨어(SW) 등을 팔며 아무리 많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세금은 본국에만 내 매출 발생 국가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포괄적 이행체계(IF)는 필라1을 통해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원)와 이익률 10% 이상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글로벌 IT 기업을 상대로 초과 이윤 일부에 대한 과세권을 매출 발생국에 배분하기로 했다. 글로벌 IT 기업의 이익 가운데 통상이익률 10%를 넘는 초과 이익의 20~30%에 대해 매출 발생국 또는 시장 소재국에 과세권을 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세율은 향후 결정된다.
필라1은 국내에 물리적 사업장이 없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해서도 과세가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100년 가까이 된 국제조세원칙의 대변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필라1 적용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IT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삼성전자는 매출이 200조원 내외라서 연결매출액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이고, 이익률 역시 통상적으로 10% 이상 되는 경우가 많아 필라1에 해당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매출이 30조원 내외라 기준에 근접하지만 이익률은 업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정훈 정책관은 이어 "필라1에 따라 삼성전자 등 1~2개 기업의 글로벌 이익 일부가 해외 국가로 배분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거대 글로벌 IT 기업으로부터 과세권을 확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행 초기에는 오히려 세수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괄적 이행체계(IF)는 필라2를 통해 연결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1000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에 대해 최소 15% 이상의 최저한 세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국적 기업이 자국에 본사를 두고 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에 자회사를 설치해 조세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예컨데 최저한 세율이 15%이고, 저세율 국가의 실효세율이 10%라면 미달 세율인 5% 만큼을 본사가 있는 자국에서 추가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필라2가 도입되면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최저한 세율 이상의 세금은 반드시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최저한 세율은 조세 회피처라고 불리는 저세율 국가 때문에 생겼다. 자원과 인구가 적은 일부 국가는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춰 다국적 기업을 유치, 국가 경제를 키우는 전략을 썼다.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와 16.5%인 홍콩이 대표적이다.
필라2가 도입되면 낮은 세율을 무기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왔던 국가들은 투자 매력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포괄적 이행체계(IF)의 필라2 논의에서 바베이도스 등 조세 피난처로 거론되던 일부 국가가 반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법인세 최고 세율이 25% 수준으로 최저한 세율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