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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는 은행 취업문(中)] 공대생도 힘든 'IT은행맨' 준비, 불안 속 비용 지출

'일정 미정' 속 불안감이 고민거리...올해도 9월에서 10월이 되어야 채용 윤곽
공채 보단 '수시·IT 위주'...교육 포트폴리오 잘 설계하면 '문송 극복' 가능 의견도

 

[편집자주] 좋은 직장의 대표급으로 꼽히는 은행. 하지만 선망의 대상인 은행 채용문이 좁아지고 있다. 단순히 특정 직군의 채용 기회 축소만이 아니라, 청년층이 사회에 진출할 채널인 '신입채용' 자체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징후라는 점이 문제다. 은행 채용 트렌드를 살핌으로써, 청년과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돌파구를 생각해 본다.  

 

[글 싣는 순서]

(上) IT·수시 쏠림 현상에 '문송' 갈수록 심해져     

(中) 공대생도 힘든 'IT은행맨' 준비, 불안 속 비용 지출

(下) 피할 수 없는 '채용축소 뉴노멀'...향후 해법은 '공생정신'

 

【 청년일보 】 은행권의 채용문이 해를 거듭할수록 좁아지면서 청년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문이 좁아지고 점차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의 숫자 자체가 줄고 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 뽑은 인원이 크지 않았고 그렇다고 하반기에 대대적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는 것도 어렵다. 빠르면 9월, 늦으면 10월 경에야 하반기 채용 윤곽을 은행들이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눈치 보기' 중인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직렬별로 필요한 때마다 소수로 뽑아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은행권 노크를 하려던 젊은 취업준비생들의 어깨가 더 움츠러들고 있다. 대규모 공채는 수시 채용으로, 그것도 IT(ICT) 등 필요한 분야에 당장 맞춤한 인재만 콕 짚어 훑어가는 채용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전공별로 느끼는 취업 '좁은 문'의 체감 정도가 다르다는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이제 기본적인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딩부터 높은 허들...못 넘으면 기회 자체 없다?

 

이런 터라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자조적 표현은 더 이상 낯설거나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다. 은행권 채용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한 순수인문 전공자(2학년)는 "선배들의 경우 은행권 취업은 아예 포기하거나, 코딩 등을 따로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4학년 복학생은 "그 전에 은행(시험)을 준비한 선배들도 자소서 준비, 포트폴리오 준비 등으로 엄청나게 바빴다고 하지만 아예 IT가 아니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시작하는 세대라 더 불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과(공대)라고 해서 지금 바뀌고 있는 은행권 취업 트렌드가 반갑거나, 적어도 걱정이 덜한 상황은 아니다.

 

한 지방거점국립대의 공대생은 "인기있고 취업 준비 안 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듣는 전화기(전자, 화학공학, 기계)지만, 은행 준비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코딩 등 은행권이 바라는 분야가 공대, 과학적 마인드를 우대한다는 정도를 넘어서는 게 아니다"라는 볼멘 소리다.

 

"어차피 맨땅에서 헤딩하며 준비하긴 '문사철이나 전화기나 서로 다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방대 3학년 학생의 의견은 이런 현실적 문제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코딩 준비 '일단은 개인의 몫' 시름 커...각종 절약 비법, 문송 극복기 '반론'도 

 

한 은행의 ICT 직무에 근무 중인 한 신입사원은 "은행 취업은 독학으로 해내기 쉽지 않고 (코딩) 교육 프로그램이나 노하우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은행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지만 KB의 IT분야는 필기 전형에 코딩테스트가 포함되는 등 이 고비를 못 넘으면 다음 기회 자체가 없다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예전 선배들 취업 준비보다는 필기전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건 분명했다"면서, "코딩은 혼자 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돈을 들여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고, 단계(과목)이 늘어난 셈이라 사교육 지출 부담도 커진 셈이라는 얘기다. 다만 여기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IT 분야로 은행 취업에 성공한 이들도 "노력과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비싼 사설 코딩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민·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래밍 강의를 수강하면 비전공자도 충분히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적잖이 내놓는다.

 

앞서 소개한 은행 입사자도 돈이 들지 않는 커리큘럼을 찾아서 공부했다는 케이스다. 

 

삼성이 '삼성청년SW(소프트웨어)아카데미(일명 SSAFY)'는 알고리즘 코딩 초반 과정부터 스프트웨어 프로젝트 능력 배양까지 진척해 나간다. 과정은 모두 무상이고 교육생 전원에게 매달 100만원의 교육 지원비가 지급된다. 

 

서울 동작구에서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진출 지원을 위한 교육 과정을 마련해 관심을 끌었다. 훈련장려금을 별도 지원한 경우다.

 

한편, 청년 취업 준비 일선에서는 기본 역량을 일단 갖춘 경우에 문과 출신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도록 은행권이 확실히 채용 관리를 해 달라는 주문도 나온다. 여기에는 이미 문과 벽을 깬 사례들도 적지 않은 만큼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가 갈려 있다. 

 

"이공계 마인드가 없어도 논리력과 문제 해결에 최적화해 답을 찾자는 사고방식을 키우면 있으면 문과생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케이뱅크는 채용연계형 인턴십(3개월)을 거쳐 테크 부문 신입사원 8명을 정규직으로 선발했다.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했는데, 이 중 3명이 문과생이었다고 한다. 이 중 한명만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했을 뿐, 둘은 순수 문과(국문학과, 경영학과) 출신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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