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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 노조법 타파”vs”국가경제 손실”...노란봉투법 제정 두고 '대립 첨예'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으로 재조명 된 ‘노란봉투법’
범야권, 국회 공동 기자회견···”구시대적 노조법 2·3조 바꿔야”
野, 환노위서 ‘노란봉투법’ 단독 상정···與 극한 반대에 "진통"
경제6단체 “노동법 개정안, 불법파업 조장법···입법 중단해야”

 

【청년일보】 노동계가 대규모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파업에 참여한 화물기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파업으로 인한 피해와 규모를 산정해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노조의 파업으로 야기된 손실에 대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는 정치권에도 미치고 있다. 여야는 법안 제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여권(與圈)은 해당 법안이 산업계 전반에 걸쳐 노조의 불법행위를 부채질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범야권은 노동자들을 옥죄기 위해 악용되는 반(反)헌법적인 손해배상소송을 막아야 한다며 연일 충돌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개정안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법 2·3조는 일명 ‘노란봉투법’으로도 불린다. 앞서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조원들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시민단체들이 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낸 것에서 유래했다. 19대·20대 국회 당시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약 50여일간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 사태로 재조명되면서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당시 사측은 파업사태로 약 8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며 노조 측에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이어 최근 일어난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에 나서면서 정부는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손해배상 청구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서자, 노동계와 야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안 제정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맞서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는 ‘근로자’와 ‘사용자’ 등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근로자나 사용자의 정의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나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적극 변경하자는 것이다. 또한 노조법 3조는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현행 노조법이 인정하는 것보다 넓히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구시대적인 노조법 2·3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법 개정 논의에 당장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현재 노조법 2, 3조 개정 운동이 시민사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국회에서도 이미 9개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현재 국회에서의 논의는 매우 지지부진하다”고 귀띔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노조법 2·3조는 분명하게 손을 봐야 한다”면서 “감당하기 힘든 손배소 위협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더는 방치할 수 없어 상황에 맞춰 수단을 잘 동원해 (법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민주당은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여당의 반발 속에 노란봉투법을 단독으로 상정했다.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 강행 수순을 밟자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말곤 현재로써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경제계는 해당 법안과 관련해 마냥 달갑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를 포함한 6개 경제단체는 전날 국회를 상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심의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국회통과가 이뤄지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분쟁에 휩쓸리고 기업 경영과 더불어 국가 경제가 악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사상 면책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우리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과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면서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라면 법적으로 현재도 사용자가 피해를 감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계의 보충 설명에 따르면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 조항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입법에 속한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앞서 경총이 발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에 대해 우리 국민의 반대 의견이 80%에 달했다. 즉 노조의 쟁의행위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여론이란 주장이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법안 개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안이 노조 측에 편향된 법이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일갈했다. 또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과 경제적 손실 야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만약 불법파업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오히려 사회 불안정을 야기시키는 법안이고 국민 경제를 좀먹는 일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법 파업에 따른 심각한 국가적 경제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다시 말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입법 제정은 부작용만 초래해 법치를 흔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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