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 정부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해법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정부 해법은 기대했던 수준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정부는 한일이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중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발표 주체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판결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 마련을 위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자금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재단에 출연하는 방안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포스코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KT&G, 한국전력, KT 등 16개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단 측은 사회공헌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재원 출연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라는 전망이다.
대표적인 청구권협정 수혜 공기업인 도로공사와 코레일은 아직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기금 출연 요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로공사는 청구권자금에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업비를, 코레일은 한강 철교 복구와 철도 시설 개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한전의 경우 발전소 건설과 송변전시설 확충에 청구권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 기업의 기여가 불발된 대신 한일 기업들이 '미래지향적' 취지의 다른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돼 왔다.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통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이 잠정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부는 이번 해법을 통해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4년 4개월간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매듭짓고 전면적 관계 정상화 궤도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관련해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언에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
1998년 선언 발표 이후 자민당 주류의 역사인식 후퇴 등 일본 사회가 상당히 우경화돼온 흐름을 고려할 때, 현 기시다 내각이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피해자 단체는 정부 해법이 '가해자의 책임을 면책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후속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피해자 측은 제3자가 재원을 만든다 해도 피고 기업이 일부나마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정부도 협상 과정에서 피고 기업의 기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피해자 단체는 6일 오후 서울과 광주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해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이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시위도 진행한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