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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 (上)] "청년에서 고령층까지"...'약자' 아닌 '모두를' 위한 UD의 진화

공평·유연·단순한 이용…최소의 노력과 충분한 공간 확보
서울시, 색약자 고려 공원안내도…가이드라인 번역 도입

 

청년에서 고령층까지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이 확산하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에서 출발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접근권 보장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한 구체적 적용을 통해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청년일보는 저상버스에서 출발해 보행자 중심의 안내체계까지 확산하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진화 현장을 취재하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청년에서 고령층까지"...'약자'가 아닌 '모두'를 위한 UD의 진화

(中) "시민 눈높이 맞는 도시설계"… 지자체, '유니버설 디자인' 확대

(下) "누구나 편리한 일상생활 만끽"···'유니버설 디자인' 공감대 확산

 

【 청년일보 】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에 대한 관심과 도입이 활발하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혹은 '보편적 디자인'으로도 불리는 유니버설디자인은 이제 정부의 정책 수립에서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됐다. 특히, 근대 의학의 발달로 신체적 결함이 있어도 높은 평균 수명을 기대할 수 있기에 유니버설디자인의 보편화가 각국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다. 


◆ 모두를 위한 보편적 '유니버설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 초기 개념에서 파생되긴 했으나, 면밀히 살펴보면 배리어프리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및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건축, 도로 등에서 물리적 장애물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반면 유니버설디자인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편리하고 윤택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저상버스를 들 수 있다. 버스 바닥을 낮추고 계단을 없애는 것은 물론, 때때로 경사로를 내려 휠체어, 유모차 이용자들이 탑승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예로는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막대기 모양의 레버식 손잡이가 있다. 과거 문을 여는 손잡이는 동그란 원통형으로 손에 힘을 쥐어 돌리는 형태였다. 그러나 손아귀의 힘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사용하기엔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형태의 레버식 손잡이가 등장했고, 그 편리함에 지금은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용어는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지난 1997년에는 그가 이끌던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건축·디자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유니버설디자인의 7대 원칙을 발표해 더욱 구체적인 적용이 가능해졌다. 


이들이 밝힌 7대 원칙은 공평한 사용, 유연한 이용성,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용법, 인지 가능한 정보, 오류에 대한 허용, 최소한의 물리적 노력,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 등이다. 


'공평한 사용'이란 서로 다른 능력을 갖춘 사람들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시장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충분히 매력적인 디자인과 편리한 이용성을 갖춰 대중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소수만 특정한 디자인을 사용한다면 이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한 이용성'은 개인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용법'은 사용 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인지 가능한 정보'는 누구나 쉽게 의미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을 표시할 때 가독성을 높이고 그림과 점자 등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오류에 대한 허용'은 설계 당시에 고려하지 못했던 사고나 위험 발생 요소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이다. 원문인 'Tolerance for Error'를 그대로 번역해 의미를 한 번에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보다 쉽게 풀이하면 예상치 못했던 사고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까지 고려해 디자인에 적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건축물을 설계할 때 위험이 될 만한 요소를 애초에 줄이고, 경고 안내문 등을 적절히 배치하는 식이다. 


'최소한의 물리적 노력'은 최소한의 힘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은 누구나 쉽게 접근, 도달, 조작할 수 있는 적합한 크기와 공간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충분한 공간'의 대표적인 예로 공공화장실에 구비된 장애인용 공간과 어린이용 개수대 등이 있다. 

 

 

◆ 높은 이용률과 지속가능성까지 고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유니버설디자인은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익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분에만 적용됐던 유니버설디자인은 차츰 도시계획과 정책에도 포괄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디자인학회가 발표한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의 국제적 비교' 연구에서도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수립되고 있음이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유니버설디자인에는 고려해야 할 방향성이 있다. 정책적으로 보면 기존 장애인 및 고령화 중심의 패러다임을 초고령화와 지속가능성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유니버설디자인의 목표인 평등, 포용, 다양성에 적극적 참여와 지속가능성 등이 추가될 필요성이 있다. 


먼저 국가 주도의 장기적인 유니버설디자인 행동 계획 마련이 필요하며, 법적으로 장애인 권익 중심에서 고령자 및 다양한 사용자층을 포괄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민간 부문의 교육·연구·기업의 참여 등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의 제안처럼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각 지자체는 장기적인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지침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자체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는 지난 2016년 5월 일찍이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조성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에는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공공공간, 공공건축물에 요구되는 실용적이면서도 통합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방침을 제공했다. 당시 서울시가 밝힌 우선 적용범위는 크게 가로, 공원·광장, 공공건축물 등이었다. 


이후 지난 2021년 1월에는 서울시의 공공건축물 및 시설물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의무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지난해에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지침'을 발표하고 보다 구체적인 적용 계획과 방법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높은 이용률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 확보를 모든 유니버설디자인의 시작점으로 고려했다. 


일례로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원활히 이용하기 위해선, 그들이 이용하는 '흰 지팡이(White Stick)'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고려해 인도의 넓이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인도의 넓이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이로 설계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이동으로 비장애인의 이동이 제한돼 장애의 유무에 따른 편견의 벽이 생길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또한 어린이·저신장 장애인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시설을 설치하고, 아기띠 사용자·임산부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고려해 화장실, 출입구 등을 디자인한다. 

 

 

◆ 색약자 고려 안내도…가이드라인 자동 번역 도입


시는 지난 1월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올림픽공원에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적용한 보행자 중심의 정보안내체계를 시범 적용했다. 공원은 보도, 공공건축물에 비해 아직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이 많지 않았던 공간이기에 이번 사례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올림픽공원에 적용한 유니버설디자인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색약자도 구분 가능한 색체와 시인성 높은 서체를 활용한 안내도가 있다. 안내도에는 올림픽공원 전체 지도와 경로 표시, 경로에 따른 이동 소요 시간 등을 담았다. 


또한 휄체어 이용자, 어린이 등도 쉽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안내도 높이를 정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원 정보를 담은 보행자 안내지도를 점자책자로도 제작해 촉각을 통해 공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서울시는 공원, 광장, 산 등의 산책길에도 유니버설디자인을 확산·적용할 계획이다. 


이은주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팀 팀장은 "서울시는 도시 전반에 단계적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현재 범용적으로 이용가능한 공간과 시설에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차츰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의 보편화를 위해 정보 접근의 문턱도 낮췄다. 지난해 7월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지침 웹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보 확인을 위해 모바일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진 만큼, 분야별 적용지침을 PC와 더불어 모바일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가 '유니버설디자인센터' 홈페이지 내에 구축한 '적용지침'은 보도, 공원, 공공건축물 등을 항목별로 구분해 모바일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책 한 권을 하나의 PDF 파일에 담아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기 어려웠던 불편을 최소화했다. 


더불어 그림과 해설서, 법적 근거 등을 연계하는 UI(User Interface, 사용자 접점)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시스템도 적용해 보다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보도의 보행 안전 공간 지침을 확인하던 중 근거 법령이 궁금해지면, 하단에 있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링크를 눌러 해당 법령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동 번역과 해당 언어로 읽어주는 음성 안내 기능도 적용해 외국인과 시각장애인도 정보 접근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했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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