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해 카드업계가 희망퇴직 등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던 것과 달리 올해의 경우 경기 불황과 재취업 난이 가중되면서 희망퇴직을 통한 출구전략에 '빗장'이 걸렸다.
이는 지난해 금융권을 향한 '돈잔치' 논란이 일면서 희망퇴직 시 지급하던 위로금 수준이 큰 폭 줄어든데다가, 카드업계의 경우 실적부진에 따른 군살빼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에 재취업 기회마저 녹록치 않으면서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4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중 현재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진행 또는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업 카드사가 아닌 NH농협카드가 유일하게 지난해 11월 NH농협은행과 동시에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치 임금을, 일반 직원에게 2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을 뿐이다.
희망퇴직 신청 접수 결과 NH농협은행과 카드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372명이 회사를 떠났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단 한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달리 카드사 직원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망설이는 이유는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카드업계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는 등 전반적으로 퇴직 후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근속 15~20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양호한 조건을 내걸고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업계의 희망퇴직 인원은 극히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카드와 현대카드의 실제 퇴직자 수는 10명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8개 전속 카드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전년(2조3천530억원) 대비 무려 11.7%나 줄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 실적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업황 및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을 하더라도 재취업이 사실상 힘들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 초 일부 카드사에서 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이른바 '돈잔치' 논란이 빚어지면서 희망퇴직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 역시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의 경우 희망퇴직자에게 최대 36개월의 임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3~5개월 분의 임금이 줄었다.
금융권의 성과급 지급과 희망퇴직은 매년 반복된 일이지만, 올해 정부가 공개석상에서 이 같은 점을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의 시선을 더욱 싸늘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카드사들이 지난해에도 괜찮은 조건을 내걸고 희망퇴직을 진행했지만 직원들의 수요는 많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조건이나 업황이 더 나빠진 상황에서 누가 희망퇴직을 신청할 지 의문이다"라고 반문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