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금융지주 계열의 카드사들이 은행과의 긴밀한 제휴를 통해 잇따라 환전 수수료 무료화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전업계 카드사들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상 외화 환전이 은행을 거쳐야 해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우 사실상 해외환전 사업에 있어 같은 계열의 은행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각국의 외화를 취급하기에 한계가 있어 선뜻 환전 무료화에 동참하기 힘든 분위기다.
25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카드사들이 잇따라 외화 환전 수수료 무료에 동참하면서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엔데믹에 따른 해외여행의 폭증과 맞물려 있는데,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여행객 수는 2천272만명으로 전년(655만명) 대비 246.8%나 폭증했다. 사실상 해외여행객들이 카드사들의 주요 공략 포인트가 된 셈이다.
따라서 이 같은 환전 수수료 무료 경쟁은 지난달 18일 토스뱅크가 '외화통장' 출시를 통해 '평생무료환전'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촉발됐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세상의 돈을 자유롭게, 살 때도 팔 때도 평생무료환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환전 수수료 무료를 통해 원화와 외화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금융지주 계열의 주요 카드사(신한·KB·하나·우리) 4곳도 각각 해외여행에 특화된 체크카드를 내놓으면서 환전 수수료 무료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트레블로그'는 토스뱅크의 수수료 무료를 선언한지 하루 만인 지난달 19일 세계 26종 모든 통화에 대해 올 연말까지 '환율 우대 100%'를 적용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022년 여름 출시한 트래블로그는 가입자 수가(12월 말 기준) 370만명을 기록했고, 환전액 1조원을 넘어서며 해외여행 시장을 선점해왔다. 하나카드의 해외 결제 점유율 역시 13% 수준으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하나카드의 이 처럼 빠른 대응은 트래블로그가 사실상 선점해온 외화환전 및 해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도 같은 계열의 신한은행과 합작으로 'SOL트래블 체크카드' 출시, 전세계 30종 통화 100% 환율우대(재환전 시 50% 환율우대)는 물론, 해외결제 및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에 동참했다.
아울러 신한카드는 전 세계 1천200여개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상·하반기 각 1회)과 같은 프리미엄 혜택으로 고객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카드는 트래블월렛과 제휴를 통해 전세계 38개국 외화를 충전·결제할 수 있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했으며, KB국민카드도 내달 중 KB국민은행과 협업을 통해 환전 수수료 면제, KB Pay 이용 시 추가 할인 등을 제공하는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은행계 카드사들이 줄줄히 환전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면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전업계 카드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상 이 같은 환전 수수료 무료화는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 중 은행과의 협업이 가능했기에 구현 가능한 서비스라는 게 카드업계의 중론이다.
한 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환전의 경우 금융사가 외화를 구입해 재판매하는 구조인데, 은행계 카드사들이 사실상 은행과 함께 환전 서비스를 하는 만큼 외화 취급 면에서 월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업계 카드사들은 환전 수수료 무료 대신 해외 결제시 혜택을 더 많이 주는 전략을 주로 취하고 있다.
먼저 현대카드는 최근 '아멕스 카드 Edition2'를 출시, 여행 관련 업종에서 최대 5배 적립 혜택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전월 50만원 이상 사용 시 1천원당 1MR 적립을 기본 혜택으로 제공하는 데 이를 국내외 17개 항공사 마일리지와 힐튼, 메리어트 등 5개 유명 호텔 체인 포인트로 전환이 가능하다.
롯데카드도 'Trip to 로카' 상품을 통해 지난달 실적 30만원 이상 시 해외 가맹점 2%, 국내 가맹점 1.2% 결제일 할인을 한도 없이 제공한다.
또한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협업한 'Trip to 로카 빠니보틀 에디션'의 경우 내달 31일까지 해외 가맹점에서 한도 없는 5% 특별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은 은행계 카드사들도 취하고 있는 전략인 만큼, 전업 카드사만의 혜택이라 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의 소비 성향에 따라 해외에서 현금 대신 신용카드 결제를 사용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면서 "어느 카드를 사용하는 지는 고객 선택의 범위"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