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출범 8주년을 기념해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 다시 뛰는 대한민국'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코스포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디지털경제3.0포럼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과 정책 지원 강화를 목표로 정책 협약을 맺기도 했다.
디지털경제3.0포럼의 대표 의원인 김종민·이성권 국회의원은 "글로벌 기술 변화가 빠른 시장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현장에서 체감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투자와 정부 지원 제도는 늘리고 지속해야 할 것"이라며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코스포는 지난 2016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고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50여개 스타트업이 모여 출범했다. 현재는 약 2천430개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이 동참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로 성장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8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해 온 코스포의 활동을 돌아봤다.
한상우 코스포 의장은 환영사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숫자에서도 알 수 있듯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면서도 "그러나 진정으로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이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22대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안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원격의료 ▲리걸테크 ▲지역 생태계를 중심으로 혁신 건의 및 정책 발제가 진행됐다.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 회장은 "안전한 원격의료 도입을 통해 국민 건강과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협의회를 설립했다"며 "비대면 진료라는 개념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감염병이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됐고, 코로나와 오미크론 당시 보건소는 자사 앱을 홍보하며 약을 자사 앱을 통해 수령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 1천400만명의 국민이 자사 앱을 이용했고, 3천600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루어졌지만, 감염병 단계가 완화되면서 시범 사업으로 전환됐고, 사용자 수는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선재원 공동 회장은 국회에 협의회가 바라는 점으로 법제화를 통한 정책의 일관성 수립과 약 배송 허용을 통한 기형적 비대면 진료의 정상화를 꼽았다.
그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인해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비대면 진료는 진료는 온라인으로 가능하지만, 약은 직접 약국에 가서 받아야 하는 기형적 형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약 배송 허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보운 리걸테크산업협의회 정무이사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로스쿨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법률 업무에 챗GPT를 활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을 때, 고소장 작성은 24%, 계약서 작성은 32%, 취업 규칙 작성은 21.1% 등 업무 소요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국가 안보나 피해자의 2차 피해 우려가 없는 경우, 판례와 공소장을 48시간 내에 실명을 포함해 거의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판례 공개에 어려움이 많다. 연간 약 600만건 이상의 판례 중 본안 사건은 120만건 정도가 발생하지만, 법원이 무료로 공개하는 판례는 1%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엄보운 정무이사는 이로 인해 한국의 리걸테크 산업 발전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내년에 모든 판례를 전면 공개해 리걸테크 산업을 혁신하고, AI 심사 서비스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며 "반면, 한국은 로톡 사태 이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해 발전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변호사법 개정안과 리걸테크산업 진흥법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인데, 이 법안들이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 성장을 촉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지 동남권협의회장(코스포 부의장)은 "지난 20년간 창업 생태계는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수도권의 벤처기업 수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감소하고 있어 스타트업 대표들은 수도권에서만 기회와 자원이 집중된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본사를 둔 창업가들은 투자 유치와 엑셀러레이팅을 위해 수도권을 자주 오가야 한다. 이렇듯 지역 스타트업들이 수도권 중심의 지원과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지 회장은 "현재 세계 각국은 지역 산업 강점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결합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 오스틴, 덴버, 시애틀 등 스타트업이 특정 대도시에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지 회장은 지역 창업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로 경제 활성화 촉진, 고용 창출, 인재 유입 기여,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도시 문제 해결을 꼽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역 창업이 한계가 아닌 도전이자 성장과 성공을 위한 선택이라는 사회적 인식 제고와 심리적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며 "수도권에 있는 기업만 집중해주지 마시고 비수도권 기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혁신 건의 및 정책 발제 말미에 구태언 코스포 부의장은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 'e커머스 규제안' 신중한 추진 요청 ▲낡은 규제와 신구 산업 '갈등 규제' 해결 ▲규제 샌드박스의 의미와 참여 스타트업의 도전 ▲스타트업 인재 유치 정책 활성화 ▲보호 중심 개인정보에서 활용 중심 개인정보 데이터 ▲대기업 내부 거래의 외부 공개 및 경쟁 입찰 촉진 ▲스타트업 노동 규제 개선 필요 ▲투자 활성화 및 글로벌 경쟁력 지원 등 '8대 과제'를 제언했다.
이 밖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창업가들이 직접 전하는 창업의 현실과 미래 비전에 관한 스타트업 토크, 스타트업의 법적·제도적 장벽 해결을 위해 출범하는 법률지원단 위원들의 위촉식 등이 진행됐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스타트업 토크에는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코스포 부의장),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 박승진 아그모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스타트업 토크에서 박승진 아그모 대표는 "대학원에서 농업 분야의 자율주행을 전공하면서, 2013년 국내 최초로 농기계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했다. 농촌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율주행 기술이 농업 분야에 거의 보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팀 동료들과 함께 실제 농업 현장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현재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고,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지역 기반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 많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테스트 필드 조성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