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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응급시스템 ‘붕괴’…12세 남아, ‘서울 소재 대학병원→지방 의원’ 이송 후 응급수술

소아비뇨의학과 교수들, ‘단톡방 운영·참여’로 골든타임 사수...지방 모 의원 도움에 '고환기능 상실' 모면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한 의료진 공백 장기화에...의정 사태 해결 지지부진 속 불안정한 응급시스템 '우려'
김성철 대한소아비뇨의학회 홍보 이사 “정부, 필수의료 뿐 아니라 소아비뇨의학과에도 관심 가져야" 지적

 

【 청년일보 】 수도권에서 수술을 받을 수 없어 고환의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던 남아가 지방의 한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던 의사의 헌신으로 골든타임 이내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미담이 전해졌다. 

 

이는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인한 의료진 공백 발생이 장기화 되면서 야기된 사연으로, 의정 사태로 인한 불안정한 응급시스템이 조기에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혈관이 꼬이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 고환이 죽어버리는 ‘고환염전’이 발생한 한 남아가 의료진 부족 등으로 인해 제때 응급수술을 받을 길이 없어 하마터면 고환 기능을 상실할 뻔했던 일이 전해졌다.

 

서울 소재의 대학병원을 방문했던 12세의 A군의 이야기로, 당시 해당 병원은 의료진과 수술실 부족 등으로 아무리 빨라도 당일 오후 6시 이전에는 A군을 위한 응급수술을 진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후 6시는 A군에게 ‘고환염전’이 발생한 지 12시간이 되는 시점으로, ‘고환염전’의 골든타임인 12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만 고환 위축이나 소실 등으로 성인 이후의 불임이나 성 기능 이상의 장기적인 합병증을 막을 수 있음을 고려하면 전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소아비뇨의학과 의료진이 있는 다른 병원에 전화로 전원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대한소아비뇨의학회 단톡방에도 A군의 상황을 올려 A군의 수술을 해줄 수 있는 병원과 의료진을 모색했다.

 

다행히도 A군의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었는데, 해당 의료기관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B의원으로, 대학병원에서 소아비뇨의학과 진료를 보다가 1차 진료에 뜻을 두고 비뇨의학과의원을 3년 가까이 운영 중이던 전문의가 A군의 안타까운 소식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의원 이외에는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었기에 A군은 3시간 거리에 위치한 B의원으로 급히 이송됐고, 오후 4시에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던 덕분에 A군은 응급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고환의 혈류를 회복할 수 있었고, 빠른 속도로 몸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민 대한소아비뇨의학회 회장(양산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비뇨생식기클리닉 교수)는 “해당 사례는 일차 의료기관으로 이송돼 전신 마취가 아닌 국소 마취 후 수술을 진행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수술 자체는 1시간 이내의 간단한 수술”이라면서도 “A군의 응급수술을 진행한 B의원의 의사가 대학병원 펠로우 출신 의사이며, A군의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준비가 가능했던 상황을 비롯해 A군과 그 보호자의 협조 등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성철 대한소아비뇨의학회 홍보이사(울산대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교수)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전국의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들 수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남아있는 소수의 모든 회원들이 단체 카톡방을 운영하며 여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의 상황이 단톡방에 올라오자마자 A군을 위해 많은 소아비뇨의학과 의사들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A군이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순간에는 수 많은 걱정 등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라면서 “앞으로도 A군의 사례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이번 경험을 토대로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의 의정 사태로 인한 불안정한 응급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라면서 “정부에서도 필수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아이의 고환 기능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소아비뇨의학과에도 세심한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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