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참여연대 등은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광장의 요구에 반하는 반도체특별법, 문제를 말하다' 국회 토론회를 주최했다.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4249739908_b2f3ad.jpg)
【 청년일보 】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수개월 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놓고 여야와 노사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재계에선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주 52시간제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자고 줄곧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 측에선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조장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 참여연대 등은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광장의 요구에 반하는 반도체 특별법, 문제를 말하다' 국회 토론회를 주최했다.
삼성전자에서 연구개발직군으로 14년째 근무하고 있는 변희범 씨는 "단순히 한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무너질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의 현장 노동자로서 이번 예외 적용 조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 보조금 지급 및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 예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직접 보조금 지원 등에는 여야가 합의를 이뤘지만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 명시를 두고 아직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2018년 도입한 주 52시간 제도도 이미 장시간 노동"이라면서 주당 노동시간이 50시간 이상일 경우 스트레스와 우울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신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반도체 특별법에서 크게 쟁점이 되는 것은 근로시간에 대한 특례를 정한 제34조"라면서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 특별법 34조(근로시간 등에 대한 특례)는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중 근로소득 수준, 업무 수행방법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 서면합의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노사 등 당사자 간 서면합의만 있다면 주 52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근로시간 규제 완화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근로시간 상한 규제의 근본적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특별연장근로나 탄력근무제 등을 통해 충분한 유연성이 확보돼 있고, 추가적인 규제완화는 매우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선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요국들을 고려할 때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입장에 대한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의 질의에 "반도체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면서 "융통성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지금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우리의 턱 밑까지 쫓아와 있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첨예한 기술 경쟁을 하는 미국이나 일본, 대만의 상황을 생각해 볼 때 반도체 특별법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 근무제에도 여러 가지 유연한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현재 반도체 산업계가 정말 절박한 융통성 있는 근로 시간을 확보하는 데엔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도 반도체 산업 R&D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여야간 이견에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K-반도체의 첨단 기술개발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담긴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어 이해 당사자 간의 충돌이 지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K-반도체가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