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화이트 런 기부 마라톤에 참가한 '아아나 (상아 채아 리나)' 가족. 이날을 위해 세 모녀는 똑같은 옷을 맞춰 입었다.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19/art_17468577225429_3ee26b.jpg)
【 청년일보 】 “저소득층 소녀들이 생리대 없이 그 시기를 어렵게 보낸다는 이야기나 뉴스를 들으면, 저도모르게 눈물이 나요.”
비가 내리던 토요일 상암동의 아침. 엄마 류리나(36) 씨는 두 딸 윤상아(11), 윤채아(9) 양과 함께 ‘제1회 화이트 런 기부 마라톤’에 참가했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소녀들을 위한 기부 행사에, 이들 세 가족은 ‘아아나(상아·채아·리나)’라는 팀명으로 5km 구간을 달렸다.
지난달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달려보고 싶다”고 말한 아이들의 바람이 이번 참여의 출발점이었다.
류 씨는 아이들과 함께 뛸 수 있는 대회를 찾던 중, 달리기만 해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번 ‘기부 마라톤’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참가 신청을 했다.
비바람 속에서도 세 사람은 끝까지 달렸다. 53분 만에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뒤, 첫째 상아 양은 볼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고, 둘째 채아 양은 완주의 기쁨보다 힘듦이 앞섰는지 “너무 힘들다”며 엄마 아빠에게 투정을 부렸다. 아홉 살 소녀다운 솔직한 반응이었다.
아이들의 아빠 윤찬영(39) 씨는 정식 참가자는 아니었지만 가족과 함께 5km 전 구간을 동행했다. 사진을 찍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셀파’ 역할을 자처했다.
리나 씨는 “생리대는 여성에게 너무나 기본적인 물품이에요. 그런데 그게 없어 신발 깔창으로 버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은 언제나처럼 두 딸의 얼굴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아아나’ 가족은 특별한 의미를 가슴에 품고 달렸다.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들 대부분도 ‘나눔’의 가치를 안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일들이 가득하길”, “너희를 응원해”,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되길”, “이 또한 지나가리다”… 참가자들의 배번호 아래 적힌 짧은 문장들이 그 진심을 대신 전했다.
이날 모인 참가비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청소년의 생리용품 지원에 쓰인다. LG유니참은 생리대 브랜드 ‘쏘피’ 11만 개를 추가로 기부하며 뜻을 함께했다.
‘나눔’과 ‘함께’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몸소 실천한 가족, 그리고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달린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비 내리던 하루가 조금은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었다.
【 청년일보=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