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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뒤에 남은 것들(下)] "담배 소송이 남긴 것"…제도 개편·기업 책임 논의 분기점

제조사 책임 논의 재점화…기업에 미치는 파장에 주목
미국·캐나다 판례 주목…국내 판결에 영향 미칠지 관심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건강보험 재정과 기업 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번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공익소송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다. 법원의 판단은 향후 유사한 사회적 책임 논의에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시리즈는 소송의 시작부터 항소심 쟁점, 그리고 판결 이후의 영향을 따라가며 이 문제의 본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담배 한 갑의 그림자"…건보공단의 11년 소송전
(中) "법정에 선 담배”…쟁점은 '질병과의 인과관계'
(下) "담배 소송이 남긴 것"…제도 개편·기업 책임 논의 분기점

 

【 청년일보 】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국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조만간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에서 패소한 공단은 흡연 피해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항소심에서 논리를 보강해 왔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22일 열릴 12차 변론기일을 마지막으로 결심을 진행하고, 이후 선고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 공단, 1심 패소…"넘어야 할 벽은 높다"

 

2020년 1심 재판부는 공단의 청구를 전면 기각했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후두암 간 인과관계가 개별 환자 수준에서 입증되지 않았고, 담배 제품에 설계·표시상 결함이나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공단이 보험자로서 지급한 급여비에 대해 제조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법적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공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1군 발암물질 지정, 한국인암예방연구(KCPS) 코호트 등 국내외 역학 데이터를 보완해 인과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 핵심 쟁점은 인과관계…입증의 벽 여전히 높아

 

항소심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개별 환자의 질환이 흡연에 의해 유발되었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제시한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는 특정 환자의 질환이 흡연 때문이라는 직접 인과관계를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A 변호사는 “통계적으로 ‘담배를 많이 피운 사람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건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로 인정되려면 해당 환자의 질병이 오직 담배 때문임을 다른 모든 요인을 배제한 채 입증해야 한다”며 “그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어 “기온이 올라가면 청량음료 소비가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해도, 특정 브랜드의 매출 증가가 오직 기온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폐암 발병에도 유전적 요인, 환경 노출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소송이 ‘인허가 정책과 제조물책임 간 충돌’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B 변호사는 “담배는 국가가 인허가한 제품이고, 담배회사는 이를 법에 따라 제조·판매해 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긴 어렵다”며 “유해 성분을 고의로 첨가하거나 중대한 결함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합법적으로 유통된 제품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구조라면 국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딜레마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 판결 이후…공공과 기업의 책임 경계 바뀔까

 

이번 항소심은 단순한 손해배상 액수에 그치지 않고, 유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제조·판매한 기업이 어디까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전자담배, 고카페인 음료, 에너지 드링크, 초가공식품 등 건강 위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소비재 전반으로 유사한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B 변호사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소비재라 해도 단지 유해하다는 이유만으로 제조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긴 어렵다”며 “결국 해당 제품이 사회적으로 절대 유통돼선 안 될 수준의 위해성이 있었는지, 그리고 기업이 그것을 알고도 방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이번 소송을 통해 흡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기업 책임 환기라는 흐름을 만들어낸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단은 “최근 담배의 유해성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항소심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며, 흡연 폐해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의 ‘마스터 합의(MSA)’나 캐나다의 325억 캐나다달러 손해배상 합의처럼 해외의 유사한 담배 피해 소송에서 기업 책임을 인정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이 외 의료계 등에서도 공단의 문제 제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국내 판례뿐 아니라 기업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남길 전망이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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