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지호씨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 안팎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도덕적·사회적 책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씨는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선천적인 복수 국적자로,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씨는 복수 국적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복무 기간이 일반 병사보다 두 배 이상 긴 장교의 길을 택했다.

 

재계 내에선 이씨의 자원 입대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귀감이 될뿐만 아니라,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만큼 삼성의 신뢰가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 12월 1일 해군 소위 임관 예정…재계, '노블레스 오블리주' 평가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씨는 이달 15일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해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11주간 장교 교육 훈련을 받는다. 훈련을 모두 마치면 오는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훈련기간과 임관 후 의무복무기간 36개월을 포함한 군 생활 기간은 총 39개월에 달한다. 이씨의 보직과 복무 부대는 교육훈련 성적, 군 특기별 인력 수요 등을 감안해 임관시 결정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호씨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 입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이씨가 일반 사병으로 입대 시 복수 국적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해군 장교의 길을 택한 것을 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사회 내 일부 계층이 국적상실, 국적이탈 등 제도적으로 가능한 편법적인 병역 회피를 한 사례가 있었으며, 성실히 병역을 이행한 대다수의 청년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 재벌이라는 특수성에도 자발적으로 군 입대를 결정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고, 일각에선 사회적 귀감이 되는 건 물론 삼성에 대한 신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재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이같은 입대 선택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복수 국적자가 일반 사병이 아닌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시민권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복무 기간이 일반 사병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장교의 길을 선택한 건 사회적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 하여금 재벌에 대한 비우호적 이미지를 쇄신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재계 오너家 병역 의무 선례 '재조명'

 

한편, 이씨 외에도 재계 총수 자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최민정 씨는 여성으로 병역 의무가 없었지만 장교 입대를 택했다. 최씨는 2014년 해군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해 2015년 청해부대, 2016년엔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복무했고 이듬해인 2017년 중위로 전역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2006년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통역 장교로 3년 4개월 간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다.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역시 미국 예일대를 졸업한 뒤 공군 장교로 병역을 마쳤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2005년 해군 ROTC 43기로 군에 입대, 육군 소위로 임관해 경기 파주 제701특공연대에서 복무 후 중위로 전역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도 중국 푸단대를 졸업한 뒤 귀국해 2006년 해병대 수색대에 자원 입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 정해찬 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2021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현역으로 복무하고 2023년 5월 만기 제대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