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 [사진=메리츠증권]](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6776716121_ff8100.jpg)
【 청년일보 】 메리츠증권이 리테일(소매금융) 및 IB(기업금융)를 두루 강화하며 수익원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리테일에서는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 및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펼치는 한편, 조직 개편 및 외부 전문가 대거 영입을 통해 전통 IB 부문(ECM·DCM)을 개척·전문화하는 모습이 이목을 끈다.
이같은 전략은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져, 메리츠증권의 고객 운용자산은 1년 만에 8조원 이상 증가한 한편 외화증권 위탁매매 부문에서 ‘톱5’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뤘다. 기업금융에서도 15년 만에 IPO 주관 업무를 재개한 점이 눈에 띄는 가운데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6월 말 고객 운용자산은 41조4천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7천억원) 대비 8조7천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리테일 고객 예탁자산은 24조2천억원에서 35조4천억원으로 11조2천억원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연결 기준) 4천435억원으로 전년 동기(3천699억원) 대비 20%가량 증가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는 특히 리테일 영역에서 메리츠증권의 차별적인 전략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최초로 선보인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단기간 내 실적 견인에 톡톡한 역할을 한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내년 말을 기한으로 ‘슈퍼(Super)365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및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를 비롯해 달러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 및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까지 회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기존에 몇 개월의 기간에 걸쳐 거래수수료를 인하한 증권사는 있었지만 무료로 한 건 메리츠증권이 처음이다.
메리츠증권의 ‘슈퍼(Super)365 계좌’ 예탁 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 13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 수수료 제로 이벤트를 시행하기 전 9천355억원에서 약 10개월만에 15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파격적인 시도는 경쟁사 대비 두드러진 성과로도 이어졌다. 메리츠증권은 올 2분기 외화증권 위탁매매 부문에서 55조8천837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상위 5개사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증권의 외화증권 위탁매매 실적은 올 상반기(87조7천142억원)으로 지난해 1년치(8조1천612억원)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리테일의 경우 기존에 경쟁사 대비 규모가 큰 편이 아니었다”며 “이에 리테일 부문을 강화하고 회사 성장의 핵심 축으로 만들고자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고객층을 세분화하는 전략으로도 리테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PIB센터를 통한 영업이 그 예시다. PIB는 PB(Private Banking)와 IB(Investment Banking)의 결합어로,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에 ‘PIB 강남센터’를 열었다. 이는 기존 ‘강남 프리미엄 WM(자산관리) 센터’의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여의도 본사의 PIB센터가 리테일 법인 영업을 핵심으로 한다면 ‘PIB 강남센터’는 고액자산가를 주 고객으로 한다. 자산관리 서비스와 IB 딜을 연계해 보다 양질의 상품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PIB센터는 고액 자산가 및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해 이들의 수요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메리츠증권의 강점인 IB를 리테일에도 접목한 것으로, 차별성을 지니는 한편 구조적으로 공모가 불가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영역을 넓히며 수익 다각화를 본격적으로 꾀하고 있다. 전통 IB 담당 조직을 만들고 대규모로 인력을 확충하는 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이목을 끈다.
메리츠증권은 올 초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면서 송창하 전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본부장(상무)을 전무로 영입하는 등 30명 이상의 외부 전문가를 충원했다. 기업금융본부는 신디케이션팀, ECM(주식자본시장)1팀, DCM(부채자본시장) 1·2·3팀으로 꾸려졌다.
채권 중개 업무로 IB업계에 진입한 송 전무는 해당 분야에서 27년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디케이션 담당으로 선임된 이동훈 상무보는 신한캐피탈에서 주로 중소·중견기업을 담당하면서 BBB 신용등급 채권 등 고금리 건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ECM 담당 상무에는 이경수 전 KB증권 상무가 발탁됐다. 이 상무는 삼성증권과 KB증권에서 25년 넘게 IPO 업무를 담당했다. KB증권 재직 때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롯데렌탈,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대형 딜을 주관한 한편 최근까지 브레인자산운용에서 대체투자부문 대표를 지냈다.
ECM1팀장으로는 이재성 상무보가 선임됐다. 이 상무보는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등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다. 삼성증권 재직 당시부터 함께 일했던 실무진 2명도 함께 옮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DCM 담당은 KB국민카드 출신의 신승원 상무가 맡고 있으며 DCM 1팀장에는 미래에셋증권 출신 이승민 이사, DCM 2팀장에는 IBK투자증권 출신 서정욱 이사, 3팀장에는 한국투자증권 출신 전재일 이사가 합류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기업금융에서 아직 발을 들이지 않았던 영역인 ECM 및 DCM을 개척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부문에서 네트워크가 넓고 경력이 많은 베테랑들을 채용했다”며 “기존에 기업 금융의 강점을 활용해 모험자본 공급 등에 활발히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은 15년 만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IPO 주관 업무를 재개했다.
‘메리츠제1호스팩’은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달 초 한 차례 상장 심사를 자진 철회하고 재정비 후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DCM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모습이다. 올 상반기 메리츠증권의 회사채 발행금액 주관 금액은 4천41억원, 건수는 7건으로 나타나 리그테이블 16위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 강화의 일환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인가 획득에 성공할 경우 모험자본 공급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발행어음 인가 시 운영 측면에서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순수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규제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계획"이라며 “부동산 비중은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비중을 기업금융 및 모험자본 범주에 해당하는 자산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의 사업 목표인 투자은행(IB) 사업다각화와 정부의 정책목표인 자본시장 활성화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규제상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기업금융에 50% 이상 투자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사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