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운전 중 사망사고 등을 야기해 소송 등 법률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장해주는 상품인 이른바 '법률비용지원특약'을 둘러싸고 적잖은 분쟁에 휩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업계가 수년 전부터 핀매해온 운전자보험에 법률방어비용 지원의 일환으로 보장한 변호사선임비용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법조계와 손보업계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손보업계의 경우 이렇다할 대응 방안이 없어 향후 소비자 민원 야기는 물론 손해율 상승의 '뇌관(?)'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끌탕이다.
◆"사건난이도에 따라 달라" vs "너무 과도하게 요구"...법조-손보업계, 변호사선임비용 두고 분쟁 '빈발'
10일 법조계 및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법무법인들과 손해보험사들간 변호사선임비용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소송전으로 치닫는 등 적잖은 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모 법무법인은 자동차 운전 중 사망사고로 인해 소송을 당한 의뢰인의 사건을 수임한 후 의뢰인이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변호사선임비용(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자동차 사고를 낸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고, 의뢰인이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메리츠화재측에 변호사선임비용에 대한 지급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면서 "일단 의뢰인의 사망사고에 대한 소송건을 선임료를 받지 못한 채 진행 중인 상황으로, 의뢰인이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보험금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건의 사건을 맡게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한 관계자는 "사건의 비중을 감안할 때 변호사선임비용이 너무 과도하게 책정된 측면이 있어 추가 서류를 요청한 상태였다"면서 "추가 서류를 요청해 검토하려 한 것인데 로펌측에서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로펌측은 변호사선임비용은 사건이 지닌 특성과 난이도 등 사건 해결을 위한 시간과 노력, 변호사 인력투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선임비용은 변호사와 의뢰인간 협의해 결정하는 사안임에도 보험사가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로펌의 한 변호사는 "메리츠화재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변호사선임비용의 근거까지 요구해 사건의 난이도를 설명하고, 선임비용에 대한 개입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한 보험금지급 촉구서를 발송한 바 있다"면서 "이에 메리츠화재측은 어떠한 명분도 근거도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선임비용을 줄여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보험계약자에게 변호사선임비용을 선지급한 후 선임비 납부 영수증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변 모씨는 송사에 휘말려 변호사선임비용 지급 청구를 했는데 삼성화재로부터 변호사선임비용을 우선 납부한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법률방어비용의 경우 금액이 적지 않은데 이를 보험계약자에게 우선 처리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약관에 적시한 요구 서류에도 선지급하라거나 선임비용의 적정성 등에 관한 내용이 없다"면서 "이는 보험사들의 전형적인 갑질행태"라고 일갈했다.
◆과열경쟁의 '후폭풍'...수임료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결정 사안일 뿐 보험사 개입근거 없어 "끌탕"
손보업계 일각에서는 이 처럼 변호사선임비용을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그동안 보험가입 유인을 위해 경쟁적으로 보장담보를 늘려 온 행태에 따른 부작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은 송사에 휘말렸을 경우 법률방어비용 지원 차원의 변호사선임비용을 비롯 형사합의금, 벌금 등을 특약 담보로 보장하고 있는 운전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법률방어비용 특약 중 변호사선임비용은 5000만원 한도에서, 형사합의금을 최대 2억원까지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보장 한도를 확대하다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의 경우 소송에 휘말린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 모두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사실을 적발해 변호사법위반으로 고발을 한 사례도 있다. 또한 암묵적으로 변호사선임비용을 부풀려 최대한도로 보험금을 청구해 지급 받은 후 의뢰인과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합의금도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법률방어비용은 송사에 휘말렸을 경우 변호사선임비용 등 법률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 착안해 목돈마련이 쉽지 않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해주기 위해 개발된 상품"이라며 "일부 변호사들이 사건의 경중 및 수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선임비용을 한도까지 요구하는 등 모럴 리스크가 적지않아 분쟁이 유발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과열경쟁' 속 또 고객만 피해 "부작용"...법조계-손보업계간 '적정성' 두고 분쟁 지속 예고 '뇌관'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부 변호사들이 선임비용을 비상식적으로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모럴리스크의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이를 둘러싸고 이렇다할 해소방안이 없어 양측간 분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보협회 분쟁조정 심의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변호사선임비용을 최대 한도에 맞춰 수임하려는게 인지상정 아닌가 싶다"면서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이를 알면서도 보장한도를 늘려 경쟁적으로 판매해 놓고 이제와서 비용이 너무 과도하니 줄여 달라고 하면 그 어떤 변호사가 이를 인정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건의 난이도 등 수위를 감안해 선임비용은 변호사가 결정을 하게 되고 의뢰인이 수용하면 수임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으로, 보험사는 수임료의 과도 여부에 대해 개입할 근거가 없다"면서 "보험상품 약관상으로도 보험사측이 문제 제기할 근거가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양측간 보험금 지급을 두고 갈등이 생기거나, 길어지면 결국 법률대리인 사임 등 피해는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는 "약관상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이유는 많아 보이지 않지만, 판례에 비춰볼때 벌금 몇백만원으로 종결될 사건을 수천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것도 상식적이지는 않아 보인다"면서 "결국 현 시점에서는 변호사들의 윤리의식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데, 의뢰인의 입장을 감안해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최선일 듯"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메리츠화재와 변호사선임비용 지급을 둘러싸고 소송을 제기한 오 모씨는 앞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관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