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에서 쌍둥이(다태아) 임신·출산이 빠르게 늘며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출산 이후 지원에 집중된 현행 정책을 임신 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배혜원 전문연구원은 18일 발표한 '다태아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쌍둥이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가운데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7%(1만6,166명)에서 지난해 5.7%(1만3천461명)로 증가했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비중도 같은 기간 2.4%에서 3.4%로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쌍둥이 출산율은 분만 1천건당 28.8건으로, 세계 다태아 출생 데이터(HMBD)에 포함된 국가 중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HMBD 국가 평균(15.5건)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1천건당 0.67건으로, HMB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고령 출산과 난임 시술 증가, 여기에 한 번의 임신으로 두 자녀를 얻으려는 이른바 '출산 편의주의'가 결합된 한국 특유의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2015년 32.2세에서 지난해 33.7세로 높아졌으며, 쌍둥이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5.3세로 단태아 산모보다 더 높았다. 난임 시술 환자 수도 2018년 12만 명에서 지난해 16만 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다태아 관련 정책도 확대돼 왔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 다태아 출생 축하금과 산후조리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이 대부분 임신 이후나 출산 전후의 '사후 대응'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쌍둥이 임신 자체가 고위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신 전 단계에서 다태아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다태아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적극 권장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수 국가가 2000년대 이후 예방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 다태아 출산율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태아 출산율을 줄이면 전체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영국은 다태아 출산율을 낮추는 동시에 전체 출산율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 전환이 반드시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임신 전 단계에서 건강권을 보장하고 다태아 임신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이미 발생한 쌍둥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의료·돌봄 지원의 질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