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렘데시비르'에 비해 훨씬 치료 효능이 높은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성분은 혈액 항응고제 및 급성 췌장염의 치료에 사용되는 성분인 ‘나파모스타트’로 알려졌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소장 류왕식)는 지난 14일 "혈액 항응고제 및 급성 췌장염 치료제의 성분인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이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매우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세린을 분해하는 인체 효소 ‘세린 단백질가수분해효소(TMRPSS2)’의 활성화를 막는 저해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설명에 의하면 ‘나파모스타트’는 연구소가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 분석한 약 3000여 종의 약물 중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강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나타냈다. 또한 이는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된 렘데시비르와 비교할 때 약 600 배 우수하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렘데시비르의 600분의 1 농도로 동일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나파모스타트가 인간의 폐세포인 Calu-3에서 렘데시비르보다 약 600배 더 강력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그 동안 코로나19가 세포 진입 시 스파이크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TMPRSS2가 작용한다는 최근 독일의 연구 결과를 참고하여 TMPRSS2 억제 약물인 ‘나파모스타트’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것을 방해한다. 코로나19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려면 수용체와 단백질 분해효소(TMPRSS2)가 필요하다.
즉,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수용체에 붙은 뒤 세포막과 융합하기 위해서는 TMPRSS2가 활성화돼야 하나, 이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차단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연구에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원숭이의 신장 세포를 대신해 사람의 폐 세포를 활용, 항바이러스 효능을 분석하고 결과를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5월 12일(현지시간) 공개됐으며, 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특허를 지난 4월 20일 출원했다.
연구진은 국내와 일본에서 혈액 항응고제 및 항염증제로 사용 중인 ‘나파모스타트’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항바이러스 치료 효과제로 추가되는 만큼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급성 폐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나파모스타트’ 관련 코로나19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임상시험을 통한효능 확인이 입증돼 실제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태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상대학교병원 등 10개 병원이 참여한 임상시험이 식품의약안전처의 승인을 거쳐 수행되고 있다. 또한 뉴지랩 등 참여기업들은 세부과제를 나눠 담당하는 형식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일본 등 해외에서도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보다 세포수준에서 수백 배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종식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파모스타트는 원래 항응고제로 사용되어온 약물이므로 코로나19 폐렴의 주요 병리인 혈전 등의 폐렴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 2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이미 허가 또는 개발 단계의 약물 중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작업을 수행해왔다.
'약물재창출'이란 다른 용도의 치료제로 판매되는 약품을 코로나19 치료제 등 다른 질병에 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약물의 안전성이 검증돼 판매 중인 만큼 임상 1상시험이 예외되며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만 거치면 시판 허가를 받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을 구성해 신속한 임상 승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제일 먼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기존 허가 약물의 반응증을 코로나19로 확대하는 약물재창출"이라며 "빠르면 연내 임상이 종료돼 효과적인 치료제와 용량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연구소의 발표에 향후 나파모스타트가 렘데시비르보다 더 유력한 코로나19의 치료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관련주들도 널뛰고 있다. 15일 종가 기준 제일약품(4만6200원 +29.96%)은 상한가로 치솟으며 장을 마감했다. 뉴지랩(1만7000원 +10.75%)과 SK케미칼(9만7500원 +2.85%)도 각각 상승 마감했다. 제일파마홀딩스 역시 2만 2750원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 보다 30% 상승했다.
【 청년일보=장한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