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기아자동차와 한국GM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던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 양측이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사가 임단협 교섭조차 나서지 않는 등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올해 안에 타결되기는 물 건너 간 상황이다.
기아차와 한국GM은 올해 임단협 문제가 해결됐지만, 양사 모두 부분 파업 등 쟁의 행위로 인해 적잖은 생산 손실을 입었고, 이를 채우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어 완성차 업계의 내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 한국GM 노사, 올해 임단협 합의 마무리…갈등 불씨는 ‘여전’
한국GM 노사는 지난 21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2020년 임단협 조인식’을 갖고 올해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5개월에 걸친 노사의 임단협 교섭은 마무리됐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월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26차례 걸쳐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며, 지난 10일 성과급 400만원 지급과 생산 투자·내수 판매 향상 계획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이후 잠정합의안은 17∼18일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중 총 7304명이 투표해 이중 3948명이 찬성표를 던져 찬성율 54.1%로 통과됐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5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에서 부결되면서 추가 교섭을 벌였다. 이에 따라 사측의 노조 상대 손해배상소송 취하, 격려금 즉시 일괄 지급 등의 내용을 추가한 두번째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등 순탄치 않은 임단협 교섭을 이어갔다.
한국GM은 올해 임단협을 연내 최종 마무리한 만큼 회사의 장기 지속성 마련을 위해 내년에도 경영 정상화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총 15일간의 부분파업 등 쟁의 행위을 벌이며 2만5000여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하고, 수출 물량 공급 차질과 판매량 감소 등의 피해를 본 만큼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코로나19으로 발생한 6만대의 생산 손실까지 합치면 8만5000여대로 불어난다. 이는 지난해 한국GM의 전체 판매량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GM은 이번 임단협 타결까지 노조의 파업 강행과 이에 맞선 사측의 인천 부평 공장 투자 계획 보류, 미국 GS 본사의 ‘철수’ 시사 발언까지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노사 갈등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황까지 갔었기 때문에 언제 노사 갈등이 폭발할 지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기아차도 가까스로 임단협 합의안 도출…찬반 투표만 남겨둬
기아차도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아직 29일 진행될 전체 조합원에 대한 찬반투표 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단 올해 안에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기아차는 지난 21일부터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제16차 본교섭을 진행했는데,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결국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잔업 30분 복원’은 현대차와 동일한 ‘25분 복원’ 선에서 합의했고, 노사간 입장차가 컸던 정년 연장은 기존의 베테랑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정년 퇴직자가 퇴직 후에도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와 함께 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과 경영 성과급 150% 지급,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과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노사는 미래 친환경차 계획과 고용안정에 대한 방안,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한 작업 환경 개선, 협력사 동반성장 관련 6000억원 투자,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의 정년 연장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노조는 23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 설명회를 갖고, 28일 부재자 투표, 29일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적 인원의 과반이 합의안에 찬성하면 최종 가결된다.
기아차 노사도 총 16번의 본교섭을 진행하면서 양측의 입장차로 노조가 지난달 25∼27일, 1~2일, 4일, 9~11일, 11~18일 등 4주 연속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는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누적 생산손실이 4만7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르노삼성, 임단협 교섭 해 넘길 듯…업계 전망 여전히 ‘불투명’
올해 안에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한 두 회사와 달리 르노삼성차의 임단협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사측이 임단협 교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노조는 사측에 본교섭을 진행하자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노조는 다음달 7~8일과 11~12일 조합원들에게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예고하고 있어 올해 임단협 교섭은 사실상 해를 넘기게 됐다.
여기에 사측이 지난달 공문을 통해 ‘일산 TS 정비사업 구조변경 계획’에 관한 사항을 영업지부 지도부에 통보한 데 대해 노조측이 반발하면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임단협 교섭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르노삼성은 지난달 총 8074대를 판매하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48.7% 줄었다. 내수는 7207대, 수출은 867대로 작년보다 각각 10.8%, 88.7% 감소했다. 이 때문에 노조가 노조가 파업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적잖다.
일단 완성차 제조사 중 5개사 중 4개사가 올해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자동차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임단협과 관련된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데다 최근 현장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생산 라인의 가동이 멈추는 일도 발생하면서 내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와 한국GM의 올해 임단협 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양사의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이 적잖아 내년 업황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르노삼성차 노조의 임단협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라인의 ‘셧다운’ 우려 등 곳곳에 자동차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변수들이 많다”면서 “2021년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업계가 모두 내년도 업황 회복을 위해 협력하고 실적 회복을 위해 땀 흘려 뛰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