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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법안 vs 과하다"...‘중대재해법’ 처리 "갈등만 확산"

“기존보다 후퇴” vs “여전히 과도해”…양측 모두 불신만 키워
노동계 “정부안보다도 후퇴… 실효성 없는 누더기 법안에 분노”
경영계 “법안 제정에 ‘유감’ 등 "사업주 처벌 완화해달라" 촉구

 

【 청년일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안이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위를 낮추고 소규모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여야의 중대재해법 제정 합의에 유감을 표하고 처벌 기준 완화 등 보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결국 중대재해법을 둘러싸고 노동계는 물론 재계도 법안 처리를 두고 갈등만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처벌 수위 낮추고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실효성 의구심 vs 과한 조치" 중대재해법 두고 갈등고조 

 

여야는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중대재해법에 따른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영세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경우 사업주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정부는 50∼9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 공포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여야는 산업재해가 아닌 공중 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인 ‘중대시민재해’도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소상공인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음식점, 노래방, PC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업소도 바닥 면적이 1000㎡(약 302평) 미만이면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여야는 중대재해법의 처벌 강도도 의원 발의안보다 상당 수준 낮췄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이는 의원 발의안보다 처벌 강도가 낮은 정부 제안(2년 이상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형)과 비교해도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형의 하한선은 없앤 것이다.

 

이와 함께 일정 기간 여러 차례 법을 어긴 사업장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 등의 의무 위반에 따른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원 발의안 조항이 빠졌고, 건설공사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발주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의원 발의안 조항도 제외됐다.

 

아울러 학교안전관리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학교시설 역시 대상에서 제외했고, 인과관계 추정 조항과 공무원 처벌 특례 등도 삭제하기로 했다. 하도급 관계에서 책임을 지는 경우는 용역·도급·위탁 등으로 정리했다.

 

여야는 중대재해법의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 뒤로 잡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 노동계 “경영계의 요구만 수용…기존보다 후퇴한 누더기법 제정”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이 같은 누더기 법안으로는 실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소규모 영세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해 “사람의 목숨에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이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7일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원안보다 후퇴한 결과만 들려온다”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재논의 절차에 들어가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경영책임자 처벌 명확화 ▲원청·발주처 처벌 명확화 ▲질병사망도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 설정 ▲사업장 차등 없이 전면 법 적용 ▲시민재해 대상 축소 중단 ▲처벌수위 완화 반대 ▲반복적 사고 발생이나 사고 은폐기업에 인과관계 추정 도입 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경영계의 요구만 대폭 수용하며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이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있으나 마나”라며 “절규와 호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중대재해법이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완화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단식 농성 중인 김종철 대표는 “경영계를 핑계로 지난 6개월 동안 버려졌던 국민생명을 지키는 이 법이 누더기 법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고, 강은미 원내대표는 “이 법은 지금껏 중소기업 등 영세, 하청 업체에 전가된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 구조를 원청-대기업으로 전환해 가자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기업을 죽이는 법이 아니라 살리는 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말 부산 경동건설의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해 숨진 고(故) 정순규 씨의 아들인 정석채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된 중대재해법은 기업에 대한 처벌이 상당히 약화된 법이었다”면서 “이렇게 법이 제정되면 실효성이 없어 있으나마나한 법이 된다”고 밝혔다.

 

정씨는 “법이 강할수록 기업들이 노동자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노동자의 안전사고가 줄어들텐데 정치권이 경영계의 눈치를 보면서 법을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산재사망을 반으로 줄이겠다던 공약을 슬그머니 덮었고, 국회의원들도 기업들 눈치보기에만 바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렇게 되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 보호법’이라고 불러야할 판”이라며 “국민들이 본인이나 가족이 내 아버지와 같은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 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제정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 경영계, 법 제정 일방 추진 '유감’…처벌 완화 등 거듭 촉구”

 

한편 경영계는 경영계 나름대로 국회의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경영계가 줄곧 반대해 왔음에도 국회가 법 제정 방침을 밀고 나가고 있고, 자신들의 요구를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지난 6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마지막 읍소’라는 제목의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가 그동안 뜻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여러 차례 호소해왔지만, 여야가 제정에 합의한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업들이 경영난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제정 추진으로 기업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법 제정이 필연적이라면 최소한 세 가지 사항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현재 입법안의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변경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 기준을 최소한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우로 한정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규정의 구체적 명시 및 의무를 다할 시 면책 등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같은 날 발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대재해법이 시행될 경우 산업재해 감소라는 정책효과는 불분명하면서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각종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 발생은 하청에서 발생, 처벌은 원청만 ▲국내 중소기업, 수주 큰 폭 감소 우려 ▲전문성 있는 근로감독관 대신 경찰이 수사 ▲준법대상이 뭔지는 인공지능(AI)도 몰라 ▲다른나라 국부 창출에 기여 등을 법 제정 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상무는 “‘기업규제3법’ 통과에 이어 중대재해법마저 제정되면 국내 기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유인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외국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해 산업 공동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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