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문제에 대해 더 많은 배려를 하지 못한 우리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차별 없는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더 배려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고 SNS에 기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삶을 살아간다"며 "남들보다 빨리 인생의 전성기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성장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속도 또한 서로 다를뿐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느린 사람을 기다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장애인 예산 확대,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한 장애인 중심 종합지원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마련 등 현 정부의 성과를 언급하며 "장애인들 스스로의 노력에 더해 기꺼이 뜻을 모아준 국민의 덕"이라고 부연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등 권익 보호 목소리 커져
장애인과 관련한 기념행사는 한국신체장애자재활협회(현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1972년에 4월 20일을 '재활의날'로 정해 진행해 왔다.
이후 유엔총회가 1981년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세계 모든 국가가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1981년 협회의 기념행사 명칭을 '장애인의날'로 바꾸고 협회 행사를 정부 행사로 전환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지원대책과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이날 오후 1시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삭발식'을 진행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이 좋은 날 500여 명의 부모가 삭발하겠다고 나온 이유는 단 하나, 하루가 멀다고 세상을 등지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 때문"이라며 "주간 활동 서비스 중심의 지원체계 확대를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과제에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연대 발언 도중 "우리의 현실에는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즉석에서 삭발을 결정하기도 했다.
삭발을 마친 참가자들은 잘린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를 들고 '더는 죽을 수 없다,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구축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통의동 인수위까지 행진했다. 오후 5시 15분께부터는 인근 정부서울청사 사거리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부모연대는 장애인의 날 당일인 20일 오전 인수위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단식농성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식에 돌입할 방침이다.
◆전장연, 인수위 답변 미흡...내일부터 출근길 지하철시위 재개
장애인의 접근권과 이동권을 구분하면 접근권이 이동권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접근권은 의사 표현과 정보 이용에 필요한 통신, 수화 통역, 자막, 점자 및 음성도서 등 모든 서비스를 받을 권리인 정보 접근권, 사회적 편의시설을 포함한 공공시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을 권리인 대상물접근권, 그리고 버스, 지하철, 택시 등 각종 교통수단의 이용 권리인 이동권으로 정의된다.
이동권의 개념은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도입돼 모든 시설이나 정보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해나가는 운동이 전개됐고,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며 자리잡았다.
반면 대중교통체계내 통합적 정책 추진과정에서 이어진 사고들과 함께 정책 추진 방향에서 평등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984년 맹인심부름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1990년대 장애인승용차지원, 철도, 지하철 요금감면책 등과 1997년부터 고정․정기노선형의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셔틀버스운행을 지원해오는 등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었지만 정책이 장애인들만의 문제로 인식되고 복지정책을 통한 시혜 관점에서 진행돼 왔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장애인 정책이 미흡하다며 21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날인 20일 입장을 내고 "인수위에서 브리핑한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기는커녕, 21년째 외치고 있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너무나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했다"며 "이에 21일 오전 7시부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2호선 시청역·5호선 광화문역 세 군데에서 동시에 '출근길 지하철을 탑니다'를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인수위는 전장연에서 제시한 2023년에 반영돼야 할 장애인 권리예산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브리핑이 전장연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라면 더는 소통을 통한 장애인들의 시민권 보장이 의미를 지니기 어려울 것이라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시위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보건복지 분야에선 '장애인 개인 예산제'보다 '장애인 권리 예산제'가 더 시급하고 탈시설 예산이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동권 분야에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관련 명확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고 마을버스 및 시외 저상버스 관련 언급도 없었다는 것이 전장연 측의 주장이다. 또 장애인 콜택시 광역이동 보장 등을 위한 운영비 지원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 마련에 대한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