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3대 세습을 넘어 김씨 왕조의 영구집권을 꿈꾸는 김정은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의외지만 전근대적 수단으로 보이는 확성기와 일명 '삐라'로 불리는 전단이다. 북한이 보유한 최대의 대남 비대칭 전력이 핵과 미사일이라면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북 비대칭 전력은 확성기와 전단을 중심으로 한 대북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늘의 날씨 같은 사소한 정보는 물론 북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정보까지 거침없이 내보내는 확성기는 최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입대한 병사들에게 외부 세계의 뉴스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탈북자 출신인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가장 먼저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온 사람이다. 지난 2003년 10월 처음으로 전단을 날렸던 이 단장은 2005년 7월 전단 살포를 위해 대형풍선을 발명하기도 했다. 이 단장은 원자탄으로도 깰 수 없는 '폐쇄 북한'을 무너뜨리는 가장 위력적인 폭탄은 북한 주민들을 깨우치기 위한 종이, 즉 값싼 전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폐쇄가 강하면 강한 만큼 정보에 대한 갈망도 강하다"면서 "전단의 엄청난 위력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
【 청년일보 】 우리나라 그룹의 지배구조는 독특하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까지 대부분의 그룹은 특정 업종의 수직계열화는 물론 비즈니스 간 연계가 거의 없는 사업까지 함께 영위했다. 돈 되는 사업은 다 하는 소위 문어발 확장이 대세였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풍토는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상호출자 또는 순환출자로 연결된 복잡한 지배구조는 여전히 남아있다. 상호출자는 두 회사가 서로 출자해서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손 쉽게 자본금을 늘려 대출 등에서 이익을 꾀하는 편법이다. 순환출자는 상호출자의 확장 버전이다. 3개 이상의 기업에서 출자한 자본금이 돌고 돌아 원래 기업으로 돌아오는 형태다. 우리나라 그룹이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게 된 것은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상황에서 압축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자본가, 즉 그룹 오너들이 자본을 축적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로부터의 수혈(차입)을 통해 자본을 공급받았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기 전 우리나라 그룹의 부채비율이 대단히 높았던 이유다. 하지만 차입만으로는 부족한 자본을 채울 수 없었다. 자금은 필요하고 경영권은 유지하고 싶었던 그룹 오너들이 활용한 레버리지 수단 가
【 청년일보 】 자수성가(自手成家)란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사람이 혼자 힘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우거나 큰 성과를 이루었을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우오현 SM(삼라마이다스)그룹 회장에게 이 말은 너무 빈약해 보인다. 양계장에서 시작해 한국 재벌 순위 38위에 오른 그에게 '재계의 기린아'라는 평가는 더 없이 적절해 보인다. 우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평범한 농촌 가정의 8남매 가운데 일곱째로 태어났다. 광주상고를 나온 우 회장은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1971년 양계장 운영에 나섰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돈 없는 사람들에게 계란 반찬은 귀한 음식이었다. 양계장은 그런대로 잘됐다.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양계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염병이 돌면서 병아리가 다 죽어나간 것이다. 여기에서 스토리가 끝났다면 오늘의 우 회장은 있을 수 없는 법. 우 회장은 1978년 양계장을 정리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88년 자본금 1억원으로 SM그룹의 모체가 된 삼라건설을 설립했다. 우주만물을 의미하는 '삼라만상'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기회였다. 당시 유동성 위기를
【 청년일보 】 중국이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5년이다. 초기 투자 규모만 1600억 달러. 이의 일환으로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그 해 미국의 최대 D램 기업인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미국 의회의 반대로 실패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기업 합병과 미국 현지투자 확대, 그리고 유럽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서는 등 반도체 굴기(崛起)를 지속하고 있다. 굴기란 산처럼 우뚝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난 2004년 이후 중국의 정치적 슬로건, 즉 '깃발'로 사용되고 있다. 특정 사상을 뚜렷하게 내세우는 태도나 주장을 의미하는 깃발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1970년대 중국의 깃발은 흑묘백묘(黑猫白猫)였다. 경제 개발이 시급했던 상황에 맞게 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는 도광양회(韜光養晦)다. 칼날의 빛을 감추고, 그뭄의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의 반열에 오르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굴기라는 깃발을 내걸고 아예 본격적인 패권경쟁에 나선 상태다. 지금 중국은 온통 굴기의
【 청년일보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의 영업비밀과 특허 침해를 둘러싼 분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두 회사는 지난 11일 총 2조원 규모의 피해배상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Veto) 시한에 임박해 이뤄진 전격 합의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지 2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이미 ITC에서 결론이 도출된 영업비밀 침해 건 외에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던 특허 침해 소송도 중단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강자인 두 회사가 한 발씩 양보하며 분쟁을 타결함에 따라 'K-배터리'에 드리웠던 리스크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12일 분쟁 합의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사업 성장 의지를 강조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는 숱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도전·혁신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임직원들의 노력·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0여년 간 투자로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 】 우연히 셀카를 찍다가, 미소지은 내 입술과 입꼬리 모습이 비대칭임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진 기술이 발달하고 셀카 촬영이 일상화되면서, 안면비대칭을 발견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안면비대칭은 선천적 요인보다는 오랜 좌식생활과 올바르지 못한 자세, 잘못된 턱과 표정근육 사용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크게 수술적 방법과 비수술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윤곽수술과 양악수술을 비롯한 수술적 방법은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비수술적 방법은 뼈의 크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턱과 광대, 이마뼈를 포함한 두개골 배열과 얼굴 근육, 지방, 피부의 위치를 바로잡는 방향이다. 한의원에서는 안면비대칭의 요인인 뼈, 근육, 지방, 피부의 비대칭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진단하며,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과 매선치료, 침치료 등을 활용한다. 안면비대칭을 느끼는 분들은 주로 광대, 턱, 눈, 코 등 뼈 위치와 입꼬리, 볼살 등 연부조직이 비대칭인 경우가 많다. 근육, 지방, 피부를 포함한 연부조직 비대칭은 매선치료를 위주로 시술하고, 뼈 위치 틀어짐은 추나요법을 위주로 교정한다. 언뜻 생각하면
【 청년일보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가라앉히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5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심은 문재인호(號), 민주당호의 순항을 기원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4·7 재보선의 과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정의로왔다. 그러나 4·7 재보선에서 순항할 줄 알았던 당정에 민심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LH 사태, 부동산 정책 파동,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의 행태는 이율배반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최선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은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 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스스로가 이뤄낸 결과가 아니란 점은 분명히 안고 가야 할 과제다. 그만큼 재보선 선거기간 동안 공약으로 제시된 정책간의 효율성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경쟁으로 흘렀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의 향방을 가른 2030 세대와 민심의 핵심은 현실의 직시였다. 더이상 정치적 이념의 정당성이 국민의 삶에 인내만을 강요할 수 없다는 담론이 담겨 있다. 이를 반영하듯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의 비판 발언도
【 청년일보 】 올해 연초부터 국내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예상치 못한 거센 항의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항의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적용을 비롯해 안일한 운영 행태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자의 항의가 확산되자 국내 게임업체들은 올 1분기(1~3월) 내내 사과문을 게재하기 바빴고, 성난 이용들을 달래기 위한 차원의 간담회 개최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오랜 기간 잠재적으로 쌓여온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게임업계에 대해 연일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오기에 경영상 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게임 유저들로부터 자발적인 '커피 조공'을 받으며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게임업체가 눈에 띈다. 모바일 RPG '세븐나이츠'를 서비스하는 넷마블이 대표적인 예다. 세븐나이츠 이용자들은 자발적인 모금으로 마련한 커피 트럭을 지난 9일 서울 구로에 위치한 넷마블 신사옥 앞으로 배달했다. 세븐나이츠 7주년을 맞이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운영진들을 격려하고 감
【 청년일보 】"물건을 훔쳐간 것이 아니라 집을 완전히 태워버렸다". 이는 마이클 린턴 전 소니픽처스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북한에게 당했던 해킹에 대해 했던 말이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 상영을 막으려 소니픽처스를 해킹했다. 그해 12월 19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비례적으로(proportionally)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3일 후 북한 인터넷은 완전히 다운됐다. 미국이 특정 국가를 해킹의 배후로 지목한 것도, 공식적인 보복에 나선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의 해킹 능력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보안 기술을 갖고 있는데, 북한의 해킹 능력을 세계 톱5에 드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이 최근 가상화폐 해킹은 물론 돈세탁 기술을 정교화하고 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에서 금융·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애런 아놀드 위원은 9일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웨비나는 웹(
【 청년일보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압승한 것은 진보 성향으로 알려졌던 '이남자', 다시 말해 20대 남성의 공이 컸다. 지난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절대 다수인 72.5%가 오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의 70.2%보다도 높은 수치다. 반면 40대 남성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변함 없는 지지 의사를 보여줬다. 실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 연령대에서 40대 남성에서만 과반이 조금 넘는 51.3%의 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20대 남성과 40대 남성의 이런 간극은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시대정신과 경제에 대한 인식 및 태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리얼미터의 배철호 수석 전문위원은 8일 "20대 남성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부동산 문제로 불거진 공정의 가치, 그리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따른 책임성 등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40대 남성에 대해서는 "이번 4·7 재보궐선거를 전통적 시각인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결로 봤다. 이 지점에서 20대 남성과 40대 남성의 선택이 갈렸다"고
【 청년일보 】 대통령 취임사는 한 개인의 메시지 차원을 넘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역시 마찬가지.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가슴 한 켠에 찡한 울림으로 작용할 만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1월부터 이 대목은 부정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적 목적의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남측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은 불공정(不公正)하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 그리고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특혜 채용은 청년층의 취업난과 맞물려 불공정 이슈로 확대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은 불공정 이슈의 정점을 찍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
【 청년일보 】 김어준은 조국과 함께 논쟁적 인물의 대명사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김어준이 교통방송(tbs)에서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물론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다. 야당 정치인들은 뉴스공장 섭외는 물론 전화 인터뷰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어준,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정치권의 관심을 받는 것은 라디오 청취율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2019년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4.5%를 기록했다. 당시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취율 포식자'라는 말은 여권이 그에게 부여한 화려한 훈장이다. 김어준은 이슈 메이커다. 그가 다루는 것들은 거의 모두 이슈가 된다. 특히 여권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스피커로서의 역할, 지지층 결집 능력은 '생태탕 논란'에서 보듯 선거철이 되면 특유의 '음모론'과 엮여 더욱 빛을 발한다. 여권의 선거 전위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이는 역(逆)으로 야권에겐 눈엣가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4ㆍ7 재보궐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힘은 6일 김어준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악의적인 익명 인터뷰를 잇달아